[해설] 반도체 업계, 차세대 메모리 상용화 전략 제각각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에 차세대 메모리로 꼽히는 M램을 접목하기로 했다. 이른바 임베디드 M램 공정 서비스다. 메모리 단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공정 지식재산(IP)을 고객사에 팔겠다는 의미다. 쉽게 말하면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시 M램을 덧붙여 파는 모델이다.

삼성전자는 오래 전부터 저항변화메모리(Re램), 상변화메모리(P램), 자성메모리(M램)에 관한 연구개발(R&D)을 지속해왔다. 차세대 메모리는 모두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삭제되지 않는 비휘발성 특성을 갖고 있다.

P램은 물질의 상(相) 변화를 이용한 차세대 메모리다. 물질 상이 비결정에서 결정질로 변할 때 1비트를 얻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P램을 구성하는 재료는 게르마늄(Ge), 안티몬(Sb), 텔루륨(Te) 등으로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어 차세대 메모리 가운데 기술 구현이 그나마 쉬운 것으로 평가된다.

Re램은 외부 전압 혹은 전류에 따라 전기적 저항 특성이 변화하는 원리로 구현된다. 낸드플래시보다 대용량화에 유리하다. M램은 자성체에 전류를 가해 발생한 전자회전을 활용, 저항값 변화에 따라 데이터를 쓰고 읽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D램만큼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M램에 가장 많은 투자를 했다. 2011년 미국 M램 기술 벤처업체 그란디스를 인수합병(M&A)했다. 2013년에는 R&D 역량 강화를 위해 '삼성 글로벌 M램 이노베이션(SGMI:Samsung Global MRAM Innovation)' 프로젝트를 가동, 세계적 대학·연구기관과 공동 R&D를 실시해왔다. 임베디드 M램 공정 상용화는 이 같은 R&D의 결과물이다.

기술 개발이 어느 정도 완료된 지금, 삼성전자 등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차세대 메모리를 어떤 시장에 어떻게 팔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당초 M램은 속도가 빨라 미세화 한계에 부닥친 D램 자리를 꿰찰 수 있다고 분석됐다. 고용량 구현이 가능한 Re램은 낸드플래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P램은 속도와 용량에서 낸드와 D램 사이에 있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평가됐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과는 달리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D램은 10나노 중반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원가 측면에서 M램이 D램을 대체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낸드를 대체할 수 있다던 Re램은 기술 개발이 더디다. 저항 특성이 변화하는 메커니즘을 정교하게 구현하지 못해 신뢰성이 낮다. 더욱이 낸드플래시는 3D 적층 방식이 개발돼 용량 대비 원가를 계속적으로 낮춰나가고 있다.

P램의 일종인 인텔의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를 탑재한 SSD 옵테인. PC에선 캐시메모리, 서버에선 비휘발성메모리 모듈로 활용된다.
P램의 일종인 인텔의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를 탑재한 SSD 옵테인. PC에선 캐시메모리, 서버에선 비휘발성메모리 모듈로 활용된다.

P램은 인텔과 마이크론이 3D 크로스 포인트라는 이름으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인텔은 3D 크로스 포인트 메모리를 탑재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옵테인'을 최근 출시했다. 옵테인 SSD는 D램보단 느리지만 데이터에 접근하는 시간이 낸드플래시보다 빠르다. 그러나 이 역시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PC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P램 기반인 3D 크로스 포인트를 상용화하긴 했으나 아직 가격이 비싼 탓에 PC에선 캐시메모리, 서버에선 비휘발성메모리모듈(NVDIMM) 등으로 일부 활용되는 정도”라면서 “삼성전자가 M램을 단품이 아닌 공정 IP로 상용화하는 것도 제품이 팔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