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2분기에 인텔을 누르고 세계 반도체 1위 기업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전문 업체 인텔은 1993년 이후 24년 동안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액 1위 자리를 지켜 왔다. 삼성전자는 1983년 반도체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인텔을 넘어선다면 사업 진출 34년 만에 반도체 업계 1위 자리에 오르게 된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인텔과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을 추정하며 이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인텔이 제시한 실적 가이던스에 따르면 이 회사의 2분기 매출액 추정치는 144억달러(약 16조2561억원)다. 삼성전자는 1분기 대비 7.5% 성장한 149억4000만달러(16조8627억원)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인텔 매출은 삼성전자보다 40% 많았다. 불과 1년 만에 이 수치를 뒤엎은 것은 메모리 값 상승 덕분이다. 삼성전자 주력 판매 품목인 D램과 낸드플래시는 지난해부터 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IC인사이츠는 올해 연간으로도 D램 가격은 39%, 낸드플래시는 25% 각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IC인사이츠는 올 하반기에도 메모리 호황이 계속된다면 삼성전자가 연간 실적으로도 인텔을 누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텔은 1993년 ×486 프로세서를 출시한 이후 24년 동안 반도체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해 왔다. 일본 NEC와 도시바 등이 2위 자리에서 인텔과의 매출 격차를 좁혀 나간 적은 있지만 1위에 오르지는 못했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1983년 일본 도쿄에서 반도체 사업 진출을 결심했다. 이 결심을 삼성 안팎에선 '2.8 도쿄 구상'이라 부른다. 2.8 도쿄 구상으로 시작한 반도체 사업이 34년 만에 1위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TV에선 소니, 휴대폰에선 노키아와 애플을 각각 뛰어넘었다. 반도체는 TV와 휴대폰 등 완제품을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산업의 쌀'로 불린다. 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른 것은 이 때문에 각별한 의미가 있다.
IC인사이츠는 “삼성전자가 매출액에서 인텔을 누른다면 이는 반도체 업계에 획을 긋는 기념 사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데이터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임시 저장하는 D램은 세계 시장 점유율이 50%에 가깝고, 저장장치로 쓰이는 낸드플래시의 점유율은 40%를 웃돈다. 삼성전자는 지난 수십년 동안 진행된 메모리 반도체 업계 간 치킨게임에서 경쟁사를 누르고 살아남아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에 탑재되는 시스템온칩(SoC)도 쑥쑥 크고 있다. 타사가 설계한 시스템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은 퀄컴, 엔비디아, NXP 같은 세계 유수의 반도체 업체들을 고객사로 둘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