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6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제2차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의 균형방안 마련 및 공인인증서 제도에 대한 토론 결과를 발표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규정된 개인정보 관련 법적 개념을 개인정보·가명정보·익명정보로 구분해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터 산업을 촉진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다고 한다. 또 공인인증 제도 폐지 시 전자서명 정의 및 법적 효력에 대한 정비, 안전성 평가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
필자도 이번 해커톤에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론에 참여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고려해야할 몇 가지 관점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다양성'이다. 여러 분야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같은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각 분야에 따라 그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인증'이라는 단어 하나만 봐도 그렇다. 인증은 법률상 '어떤 문서나 행위가 정당한 절차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공적 기관이 증명한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Certification'이다.
하지만 기술 분야 인증은 다중 사용자 컴퓨터 시스템 또는 망운용 시스템에서 시스템이 단말 작동 개시(log-on) 정보를 확인하는 보안 절차를 뜻한다. 영어로는 'Authentication'이다.
이렇다보니 해커톤에서 토론자가 인증이라는 같은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각자 분야에 따라 다르게 이해했다. 토론 전반부 용어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했다. 이후 토론을 하며 혼선이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서로 인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실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사람, 사물, 비즈니스, 공간이 모두 연결되는 초연결시대다. 각각의 이슈에 대한 이해 주체가 다양해져 서로 다름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는 '균형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마주할 이슈가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연관돼 복합적이다. 딜레마에 빠지기 쉽다.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이 대표적인 예다. 앞으로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개인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소지가 커 개인정보보호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관점, 신산업 창출이 중요하다는 관점이 있을 수 있다.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쌀이나 원유에 비유되는 신자원이므로 딜레마가 커질 수 있다.
두 가지 관점 모두 일리가 있다. 한 가지 관점만을 고수하면 어느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이런 이슈의 최대 수혜자와 피해자는 우리 자신이다. 이상적 논쟁을 넘어 현실적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이슈를 세분화해 검토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해커톤 사례처럼 개인정보를 개인정보, 가명정보, 익명정보 등으로 세분화해 '보호해야 할 것'과 '활용 가능한 것'을 구분해 검토해 보는 것이다. 또 인증이라고 통칭하던 것을 사용자 인증과 전자서명으로 구분해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차근차근 검토를 통해 양끝단의 주장이 합의점을 찾고 균형을 이루기 바란다.
공자는 논어의 자로 편에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했다. 생각이 다르지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군자의 세계를, 획일적으로 같아지기를 주장하지만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소인의 세계와 대비시켰다. 이를 통해 군자의 철학을 인간이 추구해야 할 덕목이라고 전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연결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직면할 '딜레마'를 풀기위해서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 전하는 의미를 되새겨 봄직하다.
진승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보보호연구본부장 jinsh@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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