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값 급등 '부메랑 효과' 경고음……수율 낮은 中 기업 진입 쉬워져

2017년 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월별 기가비트당 D램 가격과 비트증가율 추이(자료 IC인사이츠).
2017년 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월별 기가비트당 D램 가격과 비트증가율 추이(자료 IC인사이츠).

D램 가격 상승폭이 과도해 중국 신규 업체 시장 진입이 오히려 쉬워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왔다. 지금처럼 값이 높으면 수율이 떨어져도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 장벽이 낮아진다는 의미다.

7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지난 1월 D램 기가비트(Gb)당 가격이 0.97달러로 지난해 1월(0.66달러)보다 약 47% 증가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은 유례가 없다. 30년 전인 1988년의 최고 가격 증가율(45%)을 뛰어넘는 것이다.

가격 상승이 나타나는 이유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D램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달콤한 과실을 따먹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처럼 무지막지하게 공급을 늘리는 출혈 경쟁이 사라지자 공급이 달리고 값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IC인사이츠 자료에 따르면 1978~2012년 34년 동안 D램 가격은 연평균 33% 하락했다. D램 업계가 3사로 재편된 이후인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가격 하락률은 연 3%에 불과했다.

D램 생산량 추이를 확인할 수 있는 비트 증가율은 지난해 연간 기준 20%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월간 단위 비트 증가율은 평균 13%밖에 안 됐다. 이처럼 공급 증가량이 크지 않으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치킨게임이 한창일 때 이 증가율은 60~70%를 오가기도 했다. 다만 이처럼 공급이 늘면 이듬해 메모리 업계는 여지없이 적자를 냈다.

IC인사이츠는 “시스템 제조업체가 D램 가격 상승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가격 상승이 PC와 스마트폰 등 주요 전자제품 D램 용량 확대를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의 주요 시스템 업계는 D램 가격 인상폭이 과도하다며 반발했다. 급기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업계 1위인 삼성전자와 가격 문제를 놓고 협상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IC인사이츠는 중국 신규 D램 생산업체가 앞으로 몇 년 뒤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면 지금 메모리 업체는 고객사로부터 '복수'를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처럼 D램 값이 높은 상황이라면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도 쉬울 수밖에 없다. 잘하지 못해도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런 분석은 지금 메모리 업계가 생산 감소를 의도하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으로, 다소 왜곡된 주장”이라면서 “10나노대로 접어들면서 D램 공정 미세화가 어려워졌고, 이 때문에 물량을 과거처럼 급격하게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시설 투자액이 과거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