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애플 아이폰 판매 부진이 한국 부품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 정체에 맞춰 판매량보다 고가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업체에 따라 희비도 갈리고 있다. 애플 협력사는 전반이 부진하지만 중국 등 다른 거래처를 확보한 기업과 고가 부품 공급 기업은 직격탄을 피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액정표시장치(LCD) 모델인 아이폰XR(텐아르) 생산 규모를 약 20%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들어가는 LCD는 일본 JDI와 한국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한다. JDI가 가장 많은 물량을 담당하는 퍼스트벤더다. 그러나 아이폰XR 감산 영향은 LG디스플레이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아이폰XR뿐만 아니라 아이폰XS, 아이폰XS맥스도 판매가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XS와 XS맥스는 프리미엄 모델로 판매되고 있고, 삼성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이 효과로 OLED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집적회로(IC),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투메탈칩온필름(COF) 등이 국내 기업 제품으로 채워졌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삼성전기, 비에이치 등이 각 부품 제조사다. 이 때문에 아이폰XS, 아이폰XS맥스 판매 부진은 국내 부품 업계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LCD 모델인 아이폰XR의 경우 한국산 부품 채택이 덜하지만 OLED는 다르다.
애플이 아이폰XS와 XS맥스를 얼마나 감산할 지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폰XS와 XS맥스 역시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아이폰용 OLED 패널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A3 공장은 가동률이 예년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이 첫 OLED 아이폰을 내놓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당시 A3 가동률은 거의 100%에 이를 정도였다. 올해는 60%대에서 최고 80% 수준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OLED 채택 모델이 늘어 수혜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는 사라진 셈이다.
신형 아이폰 판매 부진은 국내 카메라 모듈과 반도체 업계에도 부정으로 작용된다. 아이폰 카메라 모듈은 LG이노텍,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공급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애플 매출 비중이 전체 50%를 넘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거래처가 다변화돼 있고 중국 스마트폰 회사가 성장하고 있는 추세지만 애플 물량이 감소하는 만큼 '제로섬'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아이폰XR 모델 판매 부진이 더 심각한 만큼 내년에 애플이 OLED 비중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LCD 탑재 신모델 수요가 OLED 모델 대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OLED 모델 침투율은 올해 40% 안팎에서 내년에는 60%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애플이 시들해지고 있는 아이폰 인기를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관련 부품 업체들의 전망도 밝지 못하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