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육성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 푸젠진화와 D램을 개발해 온 대만 UMC가 관련 개발팀을 해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푸젠진화는 중국의 첨단 분야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 핵심 기업의 하나다. 특히 D램 양산을 추진한 곳이다. 대만 반도체업체 UMC는 푸젠진화에 기술을 지원해 왔다. UMC가 D램 공동 개발을 포기하면 푸젠진화는 반도체 기술 확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7일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최근 UMC가 푸젠진화와 추진해 온 D램 개발팀 인력을 다른 부서로 배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전체 300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40명의 엔지니어가 전환 대상에 올랐다. 이는 D램 개발 사업을 포기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 차원의 구조 조정 계획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D램 개발팀 다수가 이직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업체인 UMC는 2016년부터 푸젠진화와 D램을 공동 개발했다. 그러나 미국으로부터 기술 유출 혐의를 받으면서 양사 협력에 차질이 생겼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11월께 자국 D램 업체 마이크론의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UMC와 푸젠진화를 기소했다. 또 미국 정부는 10월 푸젠진화에 대한 자국 반도체 기업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미국의 강경 대응이 잇따르자 UMC는 푸젠진화와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UMC는 당시 성명에서 “정부 규제를 모두 따를 것”이라면서 “관계 당국이 (거래) 재개를 허가할 때까지 푸젠진화와 진행하고 있는 연구개발(R&D)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UMC는 '일시 중단'이 아닌 '완전 철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미국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D램을 개발할 경우 회사 주력인 파운드리 사업도 위태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UMC는 대만 TSMC,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에 이은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 업체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 주는 사업이다. UMC의 주요 고객은 퀄컴, AMD, 미디어텍 등으로 알려졌다.
UMC가 D램 개발에서 손을 떼면 푸젠진화도 타격이 예상된다. 푸젠진화는 지난해 말 D램 시험 생산을 시작하고 올해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제재로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설비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 지원까지 끊길 처지에 놓였다.
푸젠진화 문제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 차질로도 이어진다. 중국 반도체 자급률은 20%가 채 안 된다. 해외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200조원을 투입,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UMC의 D램 공동 개발 포기로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