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지난달 갑작스런 정전 사태를 겪은 이후 낸드플래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당초 수일 안에 설비를 정상 가동할 것으로 봤으나 설비 손실 정도가 심각해 실제 생산 정상화까지 3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주요 소재 업체들은 정부의 소재 수출 규제까지 겹쳐 국내외 판로가 막히는 상황에 처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는 지난달 15일 발생한 일본 욧카이치 공장 정전사태 이후 아직 정상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욧카이치 일부 지역에서 약 13분간 정전이 발생했고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생산 설비도 피해를 입었다.
도시바는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를 추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전 직후 현지 언론에서는 며칠 내 설비를 순차 복구하고 이달 중 정상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견했다. 그러나 도시바 관련 협력사를 중심으로 피해 규모가 생각보다 커 생산 차질이 길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형성됐다.
반도체 생산시설은 정전이 발생해도 빠르게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비상전력공급 장치를 갖추고 있다. 갑자기 정전이 돼도 진공장비의 진공 상태를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만약 전력 공급이 끊기면 생산라인에서 처리하는 모든 물질은 폐기해야 한다. 다시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수일에서 수십일이 걸리는 만큼 최소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 손실이 불가피하다.
도시바는 이번 정전 여파로 비상전력공급 설비까지 타격을 입었다고 알려졌다. 욧카이치에 위치한 5개 생산시설이 모두 정전 피해를 입었고 특히 첨단 3D 낸드플래시를 주력 생산하는 최신 설비가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탈은 이달까지 설비를 정상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설비 복구 후 실제 메모리 생산까지 정상화하기까지 약 2~3개월이 더 걸릴 전망이다. 제품 생산을 위해 장비를 순차 가동하면서 기존 수율과 가동률 수준까지 높이는데 일정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도시바와 거래하는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정전 직후 현지 언론에서는 문제를 크게 보도하지 않았는데 정작 도시바 내부에서는 복구에 3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와서 답답했다”며 “아직도 정확한 피해 규모를 알리지 않은 채 쉬쉬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아직도 주요 생산시설이 복구되지 않아서 당초 공급키로 한 부품·소재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도시바 생산시설이 10월 이후에나 정상화된다고 봤다.
일본 주요 소재 업체들은 도시바 생산에 차질이 생긴데다 한국 수출 제한까지 겹쳐 이중고가 예상된다. 도시바는 지난 1분기 기준 삼성전자(34.1%)에 이은 2위(18.1%) 낸드플래시 제조사다. 일본 반도체 소재 기업 핵심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수출이 일부 막히게 된데다 도시바까지 생산 문제를 겪으면서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웨스턴디지탈은 일본 공장 정전 여파로 6엑사바이트(EB) 규모 생산 용량이 손실됐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웨이퍼 손실량은 언급하지 않았다. 6EB는 1테라바이트(TB) 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640만대 규모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낸드플래시 재고가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속 하락해온 3D 낸드 가격도 3분기에 하락세가 완화될 수 있다고 봤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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