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 생산 기지로 건설 중인 이천 'M16' 공장 조기 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장비 입고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산업 전반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메모리반도체가 선전을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년 1월로 예정돼 있던 M16 장비 입고 시점을 연내로 조정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M16 건물 공사와 장비 입고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내년 1~2월로 예정된 장비가 연내 입고로 조정,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M16은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내 5만3000㎡(축구장 5개 크기) 부지에 건설하고 있는 최신 반도체 공장이다. SK하이닉스는 이 공장에서 차세대 전략 제품인 10나노 초반대 D램을 생산할 계획이다. 특히 생산성 극대화를 위한 극자외선(EUV) 공정 적용도 준비하고 있다.
M16의 초기 생산 규모는 12인치 웨이퍼 투입 기준 월 1만5000~2만장(15~20K)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 반입 시점을 앞당긴 만큼 가동 시점도 빨라질 것으로 보여, 내년 상반기 본격 가동이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는 SK하이닉스가 당초 계획보다 장비 입고를 앞당기는 데 주목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산업계 전반이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변화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D램 메모리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세계 D램 시장은 코로나19에도 수요가 급증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서버와 데이터센터용 D램 수요가 크게 늘어 재고가 2~3주 수준까지 낮아졌고, 공급 부족(쇼티지) 가능성도 제기될 정도다.
한 반도체 유통업체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이 D램을 상당히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D램 시황 호조는 코로나19로 재택 근무와 온라인 교육 등이 전 세계 각지에서 늘면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계 2위 D램 업체인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설비 투자도 재개했다. 회사는 중국 우시 공장에 3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우시 C2F 팹 유휴 공간에 7~9월 장비를 채워 D램을 생산할 계획이다. 하반기 우시 공장 증설에 연내 M16 장비 입고까지 추진되면 SK하이닉스 D램 생산 능력은 산술적으로 4만5000~5만장이 늘어나게 된다.
이 같은 계획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부품 물류 및 장비 생산 차질 등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램리서치 공장 셧다운과 같이 장비나 부품 공급망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장비 입고를 서두를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M16 장비 반입 시기 등은 협력사와 협의를 지속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