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한 줄 알았는데…" 中 푸젠진화, D램 개발 '재시동'

푸젠진화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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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업체 푸젠진화가 D램 메모리 개발에 재착수한 징후가 포착됐다. 이 회사는 그동안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D램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메모리 연구개발(R&D) 인력 채용에 나섰고, 기술 컨설팅 업체와도 계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양쯔메모리가 128단 적층형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히는 등 반도체 기술 자립을 향한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푸젠진화 D램 R&D 경력직 채용 공고. <사진=푸젠진화 웹사이트>
푸젠진화 D램 R&D 경력직 채용 공고. <사진=푸젠진화 웹사이트>

10일 업계에 따르면 푸젠진화는 최근 구인 공고를 통해 D램 R&D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푸젠진화는 공고에서 차세대 D램 제품 R&D 및 수율 최적화를 연구할 직원을 찾고 있다면서 '동일 직군에서 3년 이상 경험이 있는 인력을 우대한다'고 밝혔다.

푸젠진화는 또 최근 반도체 기술 전문업체와 컨설팅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컨설팅 업체는 메모리 양산 설비 구축과 수율 향상 관련 전문지식을 갖춘 곳이어서 푸젠진화가 메모리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한 반도체 장비업계 관계자는 “푸젠진화가 자사 팹에 신규 장비를 들일 수 없게 되자 중고 장비라도 생산 라인에 들이기 위해 수소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푸젠진화 공장 조감도. <사진=푸젠진화>
푸젠진화 공장 조감도. <사진=푸젠진화>

푸젠진화는 중국 3대 메모리 업체로 꼽히던 기업이다. 2016년 중국 정부와 푸젠성 등이 56억달러(약 6조8600억원)를 투자해 설립됐다. 당시 중국 정부는 푸젠진화를 서버용 D램 제조업체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보였다. 서버용 D램은 메모리 가운데에서 최고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푸젠진화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정부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KLA 등 자국의 핵심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차단하면서 반도체 생산 길이 막힌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푸젠진화와 협력해 D램 개발을 추진하던 대만 파운드리 업체 UMC도 미국 압박으로 관련 개발 조직을 해체하면서 푸젠진화의 D램 시장 진출은 완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등에서는 푸젠진화가 D램 사업을 접고 파운드리 회사로 전환할 것이란 소식도 전해졌다.

푸젠진화의 최근 행보는 다시 'D램 양산'을 목표로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미-중 무역분쟁 이후 어떻게든 사업을 이어 가기 위해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푸젠진화는 지난해에도 메모리 개발 인력 채용을 시도했다. 지난해 4월 홈페이지에 올린 공고에서 '10년 이상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험자'를 찾는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당시 채용 공고는 본지 보도 직후 사이트에서 사라졌다. <본지 2019년 7월 10일자 22면 참조>

반도체업계에서는 푸젠진화가 D램 양산에 성공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한 차례 홍역으로 경쟁사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고, 미국 핵심 반도체 장비 수입 길이 막힌 상황에서 중고 반도체 장비로는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도체 자립을 위한 중국 정부의 전폭 지원과 중국 내수 시장이 변수다.

YMTC 128단 낸드플래시.<사진=YMTC>
YMTC 128단 낸드플래시.<사진=YMTC>

실제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은 최근 탄력이 붙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창신메모리(CXMT)는 19나노미터(㎚) 공정을 활용한 DDR4 D램 양산에 들어갔고,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올해 말 128단 3D 낸드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성능, 수율 등은 따져볼 대목이지만 약진을 거듭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메모리 인재 영입을 적극 추진, 국내 반도체 핵심 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중국 최대 반도체 그룹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11월 일본 엘피다메모리 최고경영자(CEO) 출신 사카모토 유키오를 수석부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최고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우리의 빠른 혁신 성장 열쇠”라고 밝혔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