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국OTT "뭉쳐야 산다"vs"개방이 현실"

"넷플릭스 종속 심화 우려"
국내 토종 대항마 육성론
"시장 급변-홀로서기 한계"
글로벌 OTT와 연합론 맞서

[이슈분석]한국OTT "뭉쳐야 산다"vs"개방이 현실"

KT와 넷플릭스 제휴로 촉발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와 웨이브 등 토종 OTT 진영은 국내 OTT가 자생력을 갖추도록 정책 지원을 요구하며, IPTV의 무분별한 글로벌 OTT 도입에 우려를 표시한다. 반면에 KT와 LG유플러스 등은 글로벌 OTT 도입이 소비자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현실론을 펼친다.

글로벌 OTT 공습을 국내 OTT 생태계의 건전 성장을 위한 자극제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 요구된다. 민간기업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OTT 생태계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사업전략을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동남아 전철 밟을라…토종 OTT 육성이 먼저

국내 1위 IPTV KT의 넷플릭스 도입 이후 국내 OTT 산업 생태계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됐다. 넷플릭스는 월 이용자수 600만명 수준에, 국내 1·2위 IPTV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 제휴로 약 1700만 가입자를 대상으로 서비스기반을 확보했다. 반면에 2016년 이후부터 OTT로서 면모를 갖춘 웨이브와 티빙, 왓챠, 시즌 등 토종 OTT 서비스는 아직 월 이용자수가 200만~300만명 수준으로 넷플릭스에 한참 못미친다.

토종 OTT 기업은 이같이 불균형한 경쟁상황 속에 넷플릭스의 공습으로 우리나라 OTT·미디어 산업이 동남아시아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싱가포르 훅(HOOQ)은 싱텔과 소니픽쳐스, 워너미디어가 공동투자해 2015년 출범했다. 훅은 넷플릭스 대항마가 되겠다며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인도 등 8000만 가입자를 확보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연간 20조원 규모 콘텐츠 투자를 앞세워 동남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자 가입자 이탈과 수익성 악화가 지속됐고, 결국 올해 4월 폐업 수순을 밟았다. 아이플릭스 등 지역 특화 OTT 서비스도 최근 직원을 해고하는 등 위기에 봉착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토종 OTT가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전에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넷플릭스가 국내 사업기반을 급속히 확장하며 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토종 OTT 관계자는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서 글로벌 기업 종속 현상이 심화되기 전에 정부가 토종 OTT에 대한 실효적인 보호·육성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과감한 투자지원과 망 이용대가 문제 등 공정성 확보를 위한 규제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소비자 요구·해외 진출 통로 '현실' 감안해야

반면에 넷플릭스를 도입한 KT와 LG유플러스 등은 현실론을 내세운다. 글로벌 시대에 이용자가 미국드라마(미드)와 같은 해외 콘텐츠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소비자 취향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기존 유료방송사는 주문형비디오(VoD)를 중심으로 매출을 확보하고 지상파 또는 CJ계열 콘텐츠로 이용자 요구를 충족시켰다. 하지만 2015년 이후 넷플릭스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글로벌 콘텐츠를 월 1만원대 정액으로 볼 수 있다는데 매력을 느끼는 이용자 수가 급증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과 시장구도 전반에서 급격한 변화를 유발하는 상황에서 자체 OTT 육성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는 판단이다.

현실론 진영은 넷플릭스를 우리나라 콘텐츠의 해외 진출 통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는 우리나라에 2000억~3000억원을 투자해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판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사업한다. 콘텐츠의 해외기업 잠식우려가 제기되는데 대해 현실론 진영은 판권을 해외에 빼앗긴다는 관점에서만 바라볼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부가적인 지적 재산권과 한국 문화에 대한 친숙도를 바탕으로 글로벌 문화콘텐츠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기반을 조성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안드로이드나 윈도를 운용체계로 사용한다고 해서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시장이 해외에 완전히 잠식됐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라며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 진출이 한국 야구 수준을 높인 것처럼 글로벌 OTT 진출도 유사한 관점에서 바라봐야한다”고 말했다.

◇OTT 육성, 포기는 이르다

민간기업인 국내 통신사에게 글로벌 OTT 제휴를 중단하라는 주장은 글로벌 시대에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통신사의 글로벌 OTT 과도한 의존 역시 장기적으로 코드커팅 현상을 불러오면서 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미디어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미디어시장이 OTT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 이용자가 다수 OTT를 이용하는 '멀티OTT' 시대가 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OTT와 국내OTT가 보완하면서 상호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기업 전략이 요구된다.

정부 차원에서는 공정성 확보가 급선무다. 글로벌 OTT가 우리나라 통신망에 무임승차하지 않도록 망 이용대가 등 공정성 확보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이다.

장기적으로 국내 특화 콘텐츠가 경쟁력을 갖추도록 정부차원 콘텐츠 육성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범정부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이 발표되고, 방통위는 국내 OTT 사업자와 OTT 활성화 협의체를 구성해 진흥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국내 OTT 기업의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정책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민간기업 역시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체 OTT 전략을 포기하지 않은 채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 티빙, 웨이브, 시즌 등 OTT 간에 사업, 투자 제휴 등 가능성을 열어놓고 토종 OTT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는 조언했다.

OTT 전문가는 “이미 현실이 된 글로벌 OTT 국내 진출을 토종 OTT 성장을 위한 자극제로 삼아야 한다”며 “OTT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지원과 규제 개선 등 세부 정책 수립과 실행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