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을 인수한다. 인수 이후 D램에 비해 약한 SK의 낸드 사업을 강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텔 낸드플래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웨이퍼 사업, 인텔이 가동하고 있는 중국 다롄 낸드플래시 공장 등을 인수한다. 인수 총액은 90억달러(약 10조3000억원)다.
인텔이 역점을 둔 옵테인 메모리 사업은 인수 대상에서 제외됐다. 낸드플래시는 대표 메모리 반도체 제품이다. D램이 빠르게 정보를 처리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면 낸드플래시는 비휘발성 특징을 띠면서 각종 데이터를 저장한다. 100단 이상 낸드플래시가 개발되면서 낸드 제조사끼리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낸드플래시에서 후발 주자에 속해 있던 SK하이닉스는 회사 주력 제품인 D램 사업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과제였다.
지난해 128단 4D낸드플래시를 업계에서 가장 먼저 출시하는 등 기술을 빠르게 끌어올렸지만 1위 삼성전자에 이어 일본 키옥시아, 미국 마이크론에 이은 4위 자리에서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점유율과 기술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전략을 택했다. 인텔은 지난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144단 초고층 낸드플래시 양산을 발표하는 등 잘 알려진 중앙처리장치(CPU) 사업 외에도 낸드플래시 사업을 확장해 왔다.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분야에서는 1~2위를 차지하는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등 SSD 구성에 필요한 각종 부품 기술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144단 초고층 낸드플래시 양산이 가능한 다롄 공장과 인텔 낸드 사업부를 사들이면서 점유율 확대는 물론 고부가가치 낸드플래시 기술 융합까지 넘보는 '퀀텀 점프'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이번 인수로 전체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에 이은 2위, 기업용 SSD 분야에서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서는 것은 물론 생산 능력도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2인치 낸드플래시 생산 능력은 월 20만장가량이었지만 인텔 다롄 팹의 월 8만장 생산 설비가 추가되면서 총 28만장 이상의 설비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최첨단 낸드 생산 설비가 구축된 SK하이닉스 청주 M15 공장은 올 하반기 월 5만장 수준에서 내년 상반기 7만장 수준까지 유휴 공간을 채우는 것을 목표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조만간 회사의 총 낸드 웨이퍼 생산량이 월 30만장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소식을 알리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이 CEO는 “낸드 사업에서도 D램 사업만큼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면서 “인텔의 기술과 생산 능력을 접목해서 고부가가치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낸드 사업에서 D램 못지않은 지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