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TOF 이미지센서' 시장 뛰어든다

10㎛ 픽셀·QVGA 해상도 지원
현실감 높은 VR·AR 콘텐츠 구현
비메모리 강화 일환 사업 확장
日 소니 '시장 독식'에 도전장

SK하이닉스가 20조원 규모 글로벌 이미지센서 시장 도전에 본격 나선다. 이를 위해 일본에 이미지센서 기술 연구개발센터를 신설하고, 제품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특히 '비행시간차(TOF:Time of Flight)' 이미지센서를 국내 업계 최초 공개했다. TOF용 이미지센서는 이 분야 절대 강자인 일본 소니가 독식하고 있다. 비메모리 사업 강화 일환으로 이미지센서 사업 확장에 나선 SK하이닉스가 TOF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SK하이닉스는 27일 코엑스에서 개막한 '반도체대전(SEDEX) 2020'에서 TOF 이미지센서를 발표했다. 10마이크로미터(㎛) 픽셀로 구성된 센서는 QVGA(320×240) 해상도를 지원한다. SK하이닉스가 TOF 센서를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SK하이닉스 TOF 이미지센서
SK하이닉스 TOF 이미지센서
SK하이닉스 TOF 이미지센서 소개 화면
SK하이닉스 TOF 이미지센서 소개 화면

ToF는 피사체를 향해 발사한 빛이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거리나 사물의 입체감, 공간 정보 등을 인식하는 3차원(D) 센싱 기술이다. 반사된 빛을 인식하는 데 센서가 쓰인다.

SK하이닉스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시대 3D 센싱에 대한 수요가 커져 TOF 이미지센서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TOF는 3D 모델링과 물체 길이 측정 등이 가능해 보다 정밀하면서 현실감 높은 AR·VR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다.

구체적인 출시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상용화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TOF는 애플이 아이패드, 아이폰에 적극 채택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애플은 올해 초 출시한 아이패드 프로에 처음 TOF를 탑재한 데 이어 최근 공개된 아이폰12프로 2개 모델에도 TOF를 넣었다. 애플은 이를 '라이다 스캐너'라고 부른다.

아이패드에 탑재된 라이다 스캐너를 소개한 내용<출처: 애플 홈페이지>
아이패드에 탑재된 라이다 스캐너를 소개한 내용<출처: 애플 홈페이지>
아이패드 증강현실 게임 장면<출처: 애플 홈페이지>
아이패드 증강현실 게임 장면<출처: 애플 홈페이지>

애플에 앞서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자사 스마트폰에 TOF 기술을 접목했지만 활용도가 떨어져 스마트폰 업계에서 배제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업계 파급력이 큰 애플의 영향으로 다시 TO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TOF용 이미지센서 시장 1위는 소니다. 소니는 애플에 TOF 센서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피니언, ST마이크로도 TOF 이미지센서 시장에 진출했고 삼성전자도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멀티카메라 트렌드와 5G,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의 영향으로 이미지센서 시장이 커지고, 특히 3D 센싱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TOF 센서 시장을 두드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의 이번 TOF 센서 개발은 이미지센서 사업 육성 전략의 결과여서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일본에 이미지센서 기술을 전문 연구하는 R&D센터를 열었다. 회사는 또 올해 스마트폰 카메라용 이미지센서 라인업을 재편했다. 픽셀 크기를 줄이고 화소를 높인 센서를 주요 스마트폰 업체에 공급했다. SK하이닉스는 4800만화소, 6400만화소 등 고화소 센서를 개발 중이다.

SK하이닉스는 20조원 규모인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점유율이 2% 수준에 불과한 후발주자다. 하지만 지난해 이미지센서를 포함한 비메모리 반도체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성과가 가시화돼 투자를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TSR에 따르면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은 2019년 172억달러(약 20조원)에서 2023년 270억달러(약 32조원)로 성장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D램 라인을 이미지센서로 전환하는 등 사업 확장에 전방위로 뛰어들었다.

LG이노텍 TOF 모듈.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모듈이 탑재돼 3D 센싱을 가능케 한다.<사진=LG이노텍>
LG이노텍 TOF 모듈.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모듈이 탑재돼 3D 센싱을 가능케 한다.<사진=LG이노텍>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