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성과주의' 인사 원칙 아래 3명의 사장 승진자가 나왔다. 생활가전에서 첫 사장 승진자를 배출했고, 반도체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사업부장을 발탁했다. 개발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사업 역량 강화를 도모했다는 분석이다. 기존 대표이사 3인 체제는 유지하면서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 속에서 경영안정도 꾀했다.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 생활가전사업부는 첫 사장을 배출했다.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은 삼성전자 창립이래 생활가전 출신 최초의 사장 승진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사장 선임은 생활가전사업부에도 새로운 메시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부는 세계 시장에서 선전함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와 스마트폰, TV 등 세계 1위를 하는 회사 내 다른 사업부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생활가전사업부장 자리도 TV 등 타 사업부 출신이 맡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이 한 단계 도약하면서 사업부도 재평가 받고 있다. 사장 승진자 배출은 생활가전사업부 도약의 신호인 셈이다.
특히 이번에 승진한 이 사장은 오늘날의 생활가전 역사를 일궈낸 산 증인으로 평가받는다. 냉장고개발그룹장, 생활가전 개발팀장 등을 역임하면서 무풍에어컨, 비스포크 시리즈 등 신개념 프리미엄 가전제품 개발을 주도했다. 이 사장은 올해 1월 생활가전사업부장으로 부임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이번 승진을 통해 가전사업의 글로벌 1등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사업부문에서는 파격적 '세대교체'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메모리 및 파운드리 사업부를 기존 사장보다 젊은 인력에게 지휘봉을 맡기면서 차세대 반도체 개발 및 양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를 책임지던 진교영 사장과 정은승 사장은 각각 삼성종합기술원장,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게 됐다.
새로 메모리 및 파운드리 사업부를 이끌 수장은 한층 젊어졌다. 최시영 신임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64년생, 이정배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67년생으로 정은승 사장(60년생)과 진교영 사장(62년생)보다 많게는 7년이나 차이가 난다.
최근 삼성은 메모리 경쟁사들이 극자외선(EUV) D램 개발, 176단 낸드플래시 출시 등으로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혀오는 상황을 해결하고,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대만 TSMC와의 기술 및 생산 격차를 바짝 쫓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업계에서는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차세대 리더들에게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임무를 맡기며 '초격차' 전략을 유지해나갈 것으로 해석한다.
최시영 사장은 메모리제조센터장과 파운드리사업부 요직에서 다양한 공정 개발 경험을 거친 인물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 상당히 꼼꼼하고 예리한 성격을 지닌 인사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삼성전자가 집중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 역량 확대를 위한 '키맨'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은승 사장은 파운드리 업계에서 상당히 널리 알려진 인물인데, 젊은 인사를 사장으로 기용해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려는 삼성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전했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1995년부터 메모리사업부에서 D램을 만든 설계 전문가다. 이 사장은 메모리사업부에서 상품기획팀장, 품질보증실장, D램개발실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하면서 삼성전자 메모리 신기술 개발을 견인했다.
삼성전자는 “D램 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 솔루션 등 메모리 전제품에서 경쟁사와의 초격차를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리를 옮기는 진교영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 사장은 메모리 사업을 이끌어 온 역량을 그룹 전반의 기술 개발에 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정은승 DS부문 CTO 사장은 파운드리사업 성장을 이끌어 온 기술과 노하우를 반도체사업 선행연구로 이어간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