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극자외선(EUV) D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세계 1, 2위 D램 제조업체들도 EUV 공정을 적용한 D램 개발에 선제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새해 차세대 D램 기술 경쟁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각종 채용 사이트를 통해 EUV 설비 개발을 담당할 엔지니어를 찾고 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공고에서 “마이크론 내에서 EUV 스캐너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EUV 시스템을 관리하면서 ASML과 논의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명시했다.
선발된 인원은 마이크론의 본사 소재지인 미국 아이다호 보이시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될 예정이다.
마이크론은 세계 D램 시장에서 국내 양대 메모리 제조사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20% 안팎 점유율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달 초 회사는 대만 D램 공장에서 1시간가량 정전 사태로 팹 운영이 중단되는 상황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 3분기까지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양호한 실적을 거둬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 낸드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로 176단 고적층 제품을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회사는 여느 상위권 D램 업체와 마찬가지로 최신 제품으로 10나노급 3세대(1z)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새해 상반기께 4세대(1a) D램을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회사와 다른 것은 마이크론은 1a D램에 EUV 기술을 적용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점이다.
EUV 기술은 차세대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각광받는 공정이다. 기존 불화아르곤(ArF) 공정보다 파장이 14분의 1가량 짧아 미세하고 까다로운 회로를 한 번에 정확하게 찍어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정보기술(IT) 기기 내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 제조에서 EUV가 주로 활용되고 있는데, 조만간 D램 일부 레이어에 이 공정이 도입될 전망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ArF 공정보다 기술 구현이 어렵고, 장비 유지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드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최근 마이크론 발표에 따르면 비용과 원가 부담, 기술적 한계 등을 고려, 차차세대 D램 '1-베타' 제품까지도 EUV 기술을 적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콧 디보어 마이크론 부사장은 “다양한 요소를 분석한 다음 '1-델타(10나노급 7세대 격)' 제품에 EUV 공정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채용과 같이 EUV 기술에 정통한 전문가와 기술을 회사 내에 축적하면서, EUV를 최적의 타이밍에 도입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마이크론이 EUV D램 양산으로 관련 시장에 본격 참전하면, 메모리 시장에서의 EUV 기술 '3파전'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D램 시장에서 40% 이상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미 1z 제품에 EUV 기술을 도입해 기술 '초격차'를 과시하고 있다. 내년 출시 예정인 1a 제품에 EUV 공정 비중이 얼마나 늘어날 지도 관심사다.
SK하이닉스도 내년 1a D램에 EUV 공정을 들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새해 경기도 이천시의 신규 D램 공장 M16에 신규 EUV 시스템 입고를 추진하는 등 EUV 기술을 양산 라인에 도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