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면서 시작된 사법 리스크는 재판 개시 4년여 만에 결론이 났다. 삼성은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더구나 이번 재판이 끝도 아니다. 국정농단 재판과 별개로 삼성과 이 부회장을 둘러싼 재판이 계속된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로써 삼성은 다시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위기 상황에 다시 한 번 직면했다.
더구나 이번 재판과 별개로 지난해 시작된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관련 재판도 진행 중이다. 현재 이 재판은 코로나19 여파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이달 14일에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이 재판도 사안이 복잡해 결론이 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사법 리스크도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여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사건 항소심 △에버랜드 노조와해 사건 항소심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행정소송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항소심 △삼성물산 합병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민사 소송 등이 남아 있다. 여러 재판이 모두 마무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과 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겪는 동안 삼성 경영에도 많은 부침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2017년과 2018년에 반도체 호황으로 최고 실적을 거뒀지만, 2019년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비대면 특수 등으로 반도체 실적이 회복됐지만, 미중 무역갈등 지속과 코로나19 불확실성 등은 여전히 경영에 악재로 남아있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 구속과 남은 재판까지 이어지면서 위기가 고조되는 양상이다.
삼성을 둘러싼 장기간의 사법 리스크는 정상적 경영 활동을 제약했고, 궁극적으로 경쟁력 약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삼성은 최근 수년간 인수합병(M&A)이나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다.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 등에서 이 부회장 활동이 제약됐기 때문이다.
다른 그룹들의 행보와 비교해보면 차이는 확연해진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지난해 회장 취임 이후 미국의 세계적인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구광모 LG 회장도 캐나다의 세계 3위 자동차부품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 LG전자의 합작회사를 설립키로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수소사업 추진단을 신설하며 미래 투자를 확대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국내 주요 그룹들이 총수를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런 가운데 국내 재계 1위인 삼성은 사법 리스크로 경영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고, 이것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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