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요 전자 부품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경제 위기를 돌파할 희망의 선봉 역할을 했다. 반도체는 비대면 수요 폭증으로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수출이 골고루 늘었다. 올해도 호황 기류가 유지되면서 국내 반도체 회사 실적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디스플레이는 코로나 특수가 이어지면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수요가 급증했다. 올해는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이 본궤도에 오르며 재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 언택트 수요에 반도체 위기 돌파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경제 위기 돌파 선봉에 섰다. '언택트' 수요 증가로 클라우드 및 정보기술(IT) 기기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반도체 쓰임새도 상당히 늘어나게 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992억달러로, 2019년(939억달러)보다 5.6% 증가해 역대 2위 수출 기록을 세웠다.
이 가운데 각종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빠르게 전달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639억달러다.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양대 메모리 반도체가 세계에서 약 7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과 세계 최대 메모리 양산 규모로 비대면 수요에 대응했다.
IT 기기 내에서 각종 연산과 기능 제어를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 수출도 늘었다. 지난해 시스템 반도체 수출액은 303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거둔 업체는 실리콘웍스가 대표적이다. 디스플레이 구동 칩(DDI) 설계를 주력으로 하는 실리콘웍스는 노트북 PC 등 IT 기기 수요 증가로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고객사 칩을 대신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과 후공정 생태계도 활황을 띠면서 반도체 업계는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올해 반도체 시장도 긍정적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시장규모는 4694억달러(약 516조원)로 지난해보다 8.4%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이에 맞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차세대 기술로 '반도체 초호황 사이클'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올 하반기 두 회사가 세계 최초로 초미세 극자외선(EUV) 기술을 활용한 10나노급 4세대(1a) D램을 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삼성전자는 '2030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 기조 아래 5나노(㎚) 이하 첨단 파운드리 양산 라인을 늘려 세계 파운드리 시장 리더십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코로나에 LCD 활기…OLED 전환 스타트
디스플레이 업계는 지난해 극적인 반전을 끌어냈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비대면 경제 확산에 따라 세계 TV와 정보기술(IT) 기기용 패널 수요가 급증했다. 중국발 액정표시장치(LCD) 물량 공세는 지속됐지만 LCD 시장은 TV·IT용 패널 중심으로 수요가 반등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코로나19 수요 확대 추이에 따라 당초 지난해 철수하려던LCD 생산 일정을 연장했다.
그러나 LCD 시장은 녹록지 않다. 중국 파상 공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가 노트북용 LCD 생산 능력을 두 배 이상 늘리는 등 시장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반짝 기세가 LCD 전체 수요를 끌어 올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이에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전환을 가속화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대형 OLED 팹을 정상 가동하는 데 성공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 갤럭시, 애플 아이폰에 OLED를 공급하며 OLED 패널 시장 강자 지위를 굳건히 했다.
이 같은 OLED 사업 재편과 기술 혁신 노력에 지난해 우리나라 OLED 수출 실적은 전년 대비 6.4% 늘어난 109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올해 OLED 품목은 전체 디스플레이 수출 품목 70% 이상을 차지하고, 전체 디스플레이 수출은 작년보다 2.4% 늘어난 184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돼 재도약 청신호를 켰다.
남은 과제는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경쟁력 강화다. LCD를 대신할 대형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QD)-OLED 투자를, LG디스플레이는 OLED 대세화에 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 중소형 OLED도 확대해야 한다. BOE가 애플에 OLED 공급 승인을 받은 것처럼 중국 중소형 OLED 추격이 가시화돼 폴더블과 롤러블 등 차세대 제품으로 격차를 벌려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것이 숙제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