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반도체 '밀고' 디스플레이 '끌고'…삼성전자, 분기 최대 매출 신기록

지난해는 코로나19,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등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한 해였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부진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부진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3분기부터 비대면, 펜트업(pent-up) 수요가 폭발하면서 사업 전 영역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4분기 역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이 매출 신기록을 경신했고, TV·냉장고 등 대형가전까지 합세하며 기록적 연간 실적을 완성했다. 이런 성과는 단순히 비대면 혹은 펜트업 수요 등 시장 변화에 기인한 것만은 아니다. 삼성의 '혁신 DNA'를 통해 오랜 기간 위기 속 기회를 만들어 왔던 '경험'에서 출발했다. 수요를 예측한 선제 투자, 기술혁신을 통한 원가 구조 개선, 효율적 공급망관리(SCM), 대외 환경에 대응한 시장 맞춤형 전략 등이 시너지를 냈다.

[이슈분석]반도체 '밀고' 디스플레이 '끌고'…삼성전자, 분기 최대 매출 신기록

◇메모리 반도체·파운드리 '강세', 쌍끌이 성장 이끌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강세로 호실적을 기록했다. 회사는 올해에도 데이터센터, 모바일용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차세대 메모리 제품 7세대 V낸드와 10나노급 4세대 D램 제품 연내 출시를 예고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2조8600억원, 18조81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2.19%, 영업이익은 34.16%씩 증가한 수치다.

세계 시장의 40% 안팎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 사업은 시장 양대 축인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 시장이 번갈아가며 호조세를 띄었다. 하반기 데이터센터 회사들이 재고 조정에 들어가면서 관련 메모리 판매가 숨고르기에 들어가자, 곧바로 스마트폰용 메모리 물량이 늘어나기 시작하며 안정적 출하를 이어나갔다.

파운드리 사업도 밀려드는 고객사 주문으로 바쁜 한해를 보냈다. 첨단 5나노(㎚)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을 필두로 분기마다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5나노 2세대 공정은 물론 4나노 라인까지 운영을 시작하며 파운드리 라인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는 달러 약세, 신규라인 증설 비용 등으로 지난해 4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업황이 점차 살아나고 있어 메모리 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은 “D램 분야에서는 데이터센터 고객사가 재고 조정을 마무리하면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면서 “모바일용 D램 시장에서는 5G 인프라 확대로 최상위 제품뿐 아니라 중저가 5G 스마트폰 판매 확대로 인해 메모리 수요 증가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연내 EUV 공정을 활용한 14나노 초반대 10나노급 4세대(1a) D램을 양산하겠다고 밝히며 차세대 반도체 기술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른바 '멀티스텝 EUV' 공정으로, 업계 최초로 4개 레이어에 EUV 공정을 도입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 낸드플래시 역시 두 번에 나눠 저장 공간을 적층한 후 하나로 합치는 '더블스택' 공정을 처음 적용한 7세대 V낸드를 연내 양산한다. 파운드리사업부는 올해 5나노 파운드리 라인 증설은 물론 최첨단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한해 반도체 라인에만 32조9000억원을 투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각종 반도체 신규 라인에 35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측은 설비 투자에 대해 “시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최근 미국 오스틴 공장에 EUV 팹 건설을 조만간 시작할 것이라는 업계 전망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디스플레이, 분기 사상 최대 매출 신기록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매출 30조5900억원, 영업이익 2조24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이 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1.77%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디지털기기 수요 증가와 연중 지속된 패널 가격 상승이 수익률을 대폭 끌어올렸다.

4분기 매출은 9조9600억원, 영업이익 1조7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4%, 영업이익은 695.45% 폭증하면서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영업이익은 272%가량 치솟았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중소형(모바일용) 제품은 주요 고객사 수요 강세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면서 “대형 디스플레이에서는 비대면 서비스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와 판가 상승으로 적자 폭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5G 이동통신 보급과 코로나19로 침체됐던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작년 글로벌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에서 8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 트렌드를 주도했다.

대형 패널 부문에서는 새로운 수익모델인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 이르면 올 하반기 시험 생산에 돌입,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중심 사업 구조를 QD디스플레이로 재편할 계획이다. 최근 판매가격 상승 행진 중인 LCD 부문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고객사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