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 특화망(로컬 5G)'이 스마트공장과 스마트시티 등 산업 혁신 동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로컬 5G는 건물 또는 공장 등 특정 지역에 한해 사용 가능한 5G 무선 자가망 개념으로, 제한된 지역에서 활용하는 서비스에 특화된 맞춤형 네트워크다. 독일과 일본, 영국 등 제조업 강국은 2018년부터 로컬 5G를 준비 또는 가동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특화망 정책방안'을 수립·발표한 데 이어, 하반기 로컬 5G 가동을 시작할 전망이다. 글로벌 사례를 분석해 산업혁신 효과를 극대화하고, 통신 생태계와 상생이 가능한 방향의 전략이 요구된다.
◇독일, 이통사 로컬 5G 구축 활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해외 주요국의 사설(Private) 5G 도입 동향' 보고서를 통해 독일, 일본, 영국 등 우리나라에 앞서 로컬 5G 제도를 도입한 국가 사례를 비교·분석했다. 주요국은 로컬 5G 전용 주파수를 공급하고, 자동차·전자 기업 등 비(非) 이통사를 대상으로 사용 면허를 발급, 구축을 완료 혹은 진행 중이다.
독일은 글로벌 로컬 5G 선두주자다. 독일 연방통신청(BNetzA)은 3.7~3.8㎓ 대역을 로컬 5G 용도로 분배했고, 26㎓(24.25~27.5㎓) 대역 분배를 추진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ASF, 보쉬 등 글로벌 제조사를 포함해 102개 기업이 로컬 5G 면허를 받았다.
독일 로컬 5G는 이통사와 수요기업 간 '무선 액세스 공유 모델'이 활성화됐다. 이통사가 사업장에 로컬 5G 기지국을 구축하고, 무선망 접속구간을 제외한 서버 등 나머지 네트워크 요소는 수요기업이 직접 구축한다. 5G 네트워크슬라이싱 기술을 적용, 기업 자체 망과 외부망을 가상화 기술로 분리해 효과적으로 활용 가능하다.
독일 이통사는 로컬 5G에 특화된 B2B 솔루션을 제공하며 제조사와 협업한다. 도이치텔레콤은 BASF 10㎢ 규모 생산시설 내 수천개 개별 생산라인을 커버할 수 있도록 5G 기술을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5G 초저지연 성능을 이용해 화학제품 생산 공정을 효율화하고 있다.
텔리포니카는 메르세데스-벤츠 '팩토리56' 2만㎡에 해당하는 대규모 공장지대에 에릭슨과 로컬 5G를 구축해 생산시스템과 기계를 연결하고 생산라인을 지능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보다폰은 전기차 제조업체 e.GO와 루프트한자 등에 로컬 5G를 구축했다.
독일의 경우, 로컬 5G 정책 초반 오렌지 등 이통사 반발이 심했다. 하지만 제조업 강국으로써 이통사가 로컬 5G 구축에 참여하는 사업 모델이 활성화되면서 반발이 상당 부분 완화됐고 이통사도 새로운 수익모델로 활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이통사·네트워크기업 등 경쟁구도
일본 총무성은 5G 상용화 이전인 2018년 12월부터 로컬 5G 검토 작업반을 운영하며 검토했다. 일본은 5G 상용화 중요 목표를 산업 혁신으로 설정한 만큼, B2B 활성화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로컬 5G를 준비하며 세밀한 정책 방안을 마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ETRI에 따르면 총무성은 28.2~28.3㎓ 대역을 2019년 12월 로컬 5G 용도로 분배한 데 이어, 4.6~4.8㎓ 대역과 28.3~29.1㎓ 대역을 지난해 12월 추가 분배했다. NTT 그룹, NEC, 도쿄대학 등 23개 기관이 로컬 5G 면허를 취득, 구축을 진행 중이거나 준비하고 있다.
총무성은 로컬 5G 구축과 실질적 전개 주체에 따라 유형을 3개로 구분, 관리한다. '제1 유형'은 기간통신사업자가 기업에 로컬 5G를 구축하고 운영까지 전담하는 형태다. 제2 유형은 기업 또는 조직이 장비 제조사로부터 장비와 솔루션을 구매해 직접 망을 구축하고 직접 운용하는 형태다. 제3 유형은 기업이나 조직이 이통사를 제외한 장비 제조사, 유선통신사, SI 업체에 망 구축 또는 운영을 맡기는 유형이다.
일본 최대 통신그룹 NTT 그룹은 NTT동일본, NTT서일본, NTT커뮤니케이션즈 등 자회사별 역할을 부여해 로컬 5G 망 구축과 운영을 대행하는 제1 유형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NTT 동일본은 지방자치단체와 중소기업, NTT커뮤니케이션즈는 대기업 로컬 5G 시장을 공략한다.
NEC, 교세라 등 전통적인 네트워크 장비, 솔루션 기업은 제2 유형 또는 제3유형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통사·제조사 간 경쟁 양상이다. 다양한 유형이 경쟁하며 전체 로컬 5G 시장을 성장시키고 특정 유형이 승자가 돼 대세로 자리잡을 지 주목된다.
◇영국 등 사례 분석 필요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구(OFCOM)는 1.8㎓, 2.3㎓, 3.8~4.2㎓ 대역을 '공유주파수 대역'으로 지정, 사용을 원하는 기업에 지역 면허를 발급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브리티시텔레콤(BT), 퀵라인 등 9개 사업자가 지역 면허를 발급 받았다.
BT는 영국 우스터셔에 구축한 5G 테스트베드인 W5G에서 5G 스마트팩토리 실증을 시작했다. BT는 로컬 5G 망과 웨어러블기기,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을 제공하고 우스터 보쉬 자율로봇을 활용해 제품과 재료를 운반한다. 로컬 5G를 활용해 충돌감지센서를 연결해 안전성과 생산성을 높인다. 보다폰은 에섹스 지역에 위치한 포드 전기자동차 생산현장에 로컬 5G 구축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사례를 종합할 때 로컬 5G는 이통사가 스마트공장 등 수요기업에 5G 기반 자가망을 구축하거나, 수요기업이 직접 망을 구축·운용하는 등 다양한 초기 유형이 등장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로컬 5G는 독일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상용화 준비 단계로, 아직 명확한 운영 성과가 드러나진 않았다. 국내 이통사 일각에서는 B2B 수익모델 잠식에 대한 우려로 로컬 5G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기류도 감지된다. 하지만 독일과 영국 등 사례를 볼 때 로컬 5G는 이통사에도 수익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기정통부는 '5G 특화망' 정책을 수립해 로컬 5G 상용화 제도 기반을 확보,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해외 사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통해 통신과 기존 산업 생태계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략을 개선해 나갈 필요성이 제기된다.
ETRI는 “주요국은 5G 통신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산업 도입과 활용을 촉진하고자 로컬 5G를 도입하고 있다”며 “5G 전개 초기에 겪는 커버리지 부족과 이에 따른 산업 용도의 도입 지연을 방지하고, 5G 활용과 응용을 통한 산업혁신을 촉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