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국내에 유통되는 중국 게임 수 등 기본 정보를 파악하는 체계조차 갖추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중문화를 통해 침투하는 역사왜곡, 문화 침탈 대응전략 수립에 필요한 기초 정보조차 부재했다.
최근 중국 게임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매출 상위 100위권의 40% 넘게 차지하고, 이른바 '문화공정'으로 우리 문화유산을 중국문화로 둔갑시키려는 움직임도 관측되는 시점이어서 우려가 크다. 중국산 게임 유입에 대한 정보수집 체계와 안전망 마련이 시급하다.
26일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중국 게임이 국내에 얼마나 유통되는지 파악할 수 있는 공식 통계자료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게임법 시행규칙에 의해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게임물 국적(개발국가) 정보를 수집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자는 게임의 이름, 등급분류 신청자, 명칭, 연락처 정도만 문체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에 제출한다. 구글·애플 같은 자체등급분류사업자는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을 제외한 게임 대부분을 분류한다. 이들이 분류한 모바일 게임은 2018년 45만8078건에서 지난해 98만3297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중국 게임이 얼마나 등급분류가 됐는지는 통계자료로 없다. 게임위가 중국 모바일게임을 등급분류한 건수를 보고 '늘었다'고 추정하는 정도다. 게임위는 2018년 9건, 2019년 12건, 2020년 17건의 중국 모바일 게임을 등급 분류했다. 실제 서비스되는 중국 게임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은 규모다. 게임위 관계자는 “중국 모바일 게임에 대해서는 위원회 외에 자체등급분류사업자에 의한 등급분류가 함께 이뤄진다”면서도 “자체 등급분류 자료의 경우 국가별로 분류되지 않아 관련 자료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기간 국내에서 중국게임은 선정적인 내용과 광고, '먹튀', 역사왜곡 등 건전한 게임 생태계를 해치는 행위로 말미암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 문화공정을 담은 게임이 더욱 몰려올 것이라는 점이다.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 100개 가운데 중국 게임은 43개다. 지난해 말 29개에 비해 늘었다. 한국은 미국, 일본에 이은 세 번째 큰 중국 게임 수출시장이어서 공세는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규제당국은 판호 발급 심사 기준인 '게임심사 평점 세부규칙'을 최근 새롭게 정했다. 지도방향성, 문화함양, 독창성, 품질, 완성도 등 5개 분야에서 5성(점) 만점으로 점수를 부여한다. '중국 우수 문화 전파' '정확한 역사관' 등 자국 시각에 맞는 게임만 통과시키겠다는 의도다. 중국에서 개발·유통되는 게임은 모두 이 규칙을 따라야 한다. 게임이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을 통해 한국으로 유통되면 게임을 통한 왜곡된 정보가 퍼질 위험성이 짙다.
한복, 고구려, 갓, 김치, 역사적 인물 등 우리 문화를 중국 문화로 둔갑시키는 게임 콘텐츠가 적지 않지만 한국 당국은 이를 통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대응하고 연구할 기초 자료조차 마련하지 못한 실정이다.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하려면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중국 게임 현황부터 파악하고 역사왜곡 여지가 있는 게임의 국내 상륙을 막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안일하게 대응한 결과 동북공정이 학계에서도 퍼진 사례가 있다”면서 “해외 플랫폼 사업자의 국내 관할권이 제한적인 상태에서 게임을 통한 문화공정을 막으려면 관련 현황을 먼저 파악한 후 핀셋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