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자동차 운용체계(OS)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구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 행보에 나선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이하 안드로이드 OS)를 적용한 지 6년 만이다.
지난해 제네시스 일부 차종에 자체 OS를 처음 적용한 데 이어 내년부터 그룹 전체로 확대, 외부 의존도를 100% 줄인다. 새 OS는 우선 현대차·기아의 표준형 6세대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에 적용한다.
현대차그룹이 내년에 도입할 표준형 6세대 AVN 사양으로, 독자 개발한 리눅스 기반의 '커넥티드카 운용체계'(ccOS)을 채택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현대차는 자체 OS를 인포테인먼트에 우선 도입한 이후 계기판이나 차량제어 등 차량 전체로 독자 OS를 확대시킨다는 계획이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인포테인먼트, 계기판, 차량제어 등 영역에 각기 다른 OS를 사용한다. 이보다 앞서 폭스바겐, 토요타가 일부 차량에 자체 개발한 OS를 적용했지만 전체 모델로 확대하는 건 현대차가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 G80, GV80에 적용한 고급형 6세대 AVN에 이어 표준형도 차량별 안드로이드 OS와 혼용하는 방향이 아니라 ccOS로의 전환을 택했다. 현대차 완전변경 7세대 그랜저(GN7) 시작을 목표로 현대차·기아 전체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고급형 AVN은 LG전자, 표준형 AVN은 현대모비스가 각각 납품한다.
현대차그룹이 수년간 개발한 ccOS는 커넥티드카 특화 OS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정보처리 반도체 '엔비디아 드라이브'를 기반으로 구동된다. 자동차의 커넥티비티 환경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가공·처리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안드로이드 OS 영역은 인포테인먼트로 한정됐지만 ccOS는 차량 전반이다. △내비게이션·멀티미디어·운전자 맞춤형 사용자경험(UX) 기능 등을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프레임워크' △차량 네트워크·제어 기능 등을 제공하는 '차량 연동 프레임워크' △외부 연결 기반의 데이터 처리 기능 등을 제공하는 '커넥티비티 프레임워크' 등으로 구성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6년 말 도입한 5세대 AVN에 안드로이드 OS를 처음 적용했지만 안드로이드 OS 사용에 실익이 없고, 미래차 시대 대응을 위해 ccOS 도입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차량·사물통신(V2X) 구현에 따른 보안 강화, 전자 제어 장치 '무선 업데이트'(OTA) 구현 등을 고려해 ccOS 도입을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도입 초기엔 AVN·계기판 정도만 ccOS를 적용, 안정성을 확인한 뒤 범위를 넓혀 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차량 OS가 중요하지 않았지만 통신이나 애플리케이션(앱) 환경이 다양해지면서 범용성을 띠는 OS가 필요했다”면서 “이 때문에 안드로이드 OS를 채택했다. 그러나 구글에 주도권이 크게 기울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다시 독자 OS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구글과 별개로 OS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완성차 업체들은 구글 정책에 일방적으로 따르고, 요구에 따라 OS 업데이트도 계속해야 하는 등 각종 기능 구현에 매우 제한적이었다. 구글이 AVN에서 발생하는 내비게이션, 결제 등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였다. 특히 구글이 자사 OS를 적용하는 하드웨어(HW) 사양에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부품 원가관리에도 부정적이다.
ccOS가 도입되더라도 이용자가 겪는 불편은 없다. 이용률이 높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 기능은 ccOS에서도 지원한다. 또 기존 차량에 대해선 구글 정책에 따라 안드로이드 OS 업데이트를 지속, 사용자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ccOS를 2022년부터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면서 “그러나 구체적 시점과 모델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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