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는 정부뿐만 아니라 산·학·연 전 영역에서 견고한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는 공통된 인식의 결과다. 반도체 산업생태계 전반을 강화하려면 단독으로는 어렵기 때문이다. 협의체는 인력 양성, 기술 개발, 제품 국산화 등 반도체 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업계 상생 협력을 통한 발전 방향을 제시할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28일 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 출범식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에 발표한 'K-반도체 전략' 주요 과제 점검과 향후 정책 방향 및 협의체 추진 계획 등을 공유했다.
특히 반도체 업계 최대 관심사인 인력 양성의 성과와 내년 계획안도 발표됐다. 정부는 첨단학과 정원조정제도를 통해 내년 반도체 관련학과 정원을 131명 확대한다. 시스템 반도체 전공 트랙 신설 등 반도체 인력 양성 예산도 3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산업부의 반도체 인력 양성 예산은 올해 153억원 수준이다. 산업부는 내년에 491억원(정부안)의 예산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 같은 계획은 반도체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한 성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반도체를 전공한 인력이 부족, 즉시 현장 투입 가능한 전문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정배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삼성전자 사장)은 “우리나라는 초저출산 사회로 가고 있고 이공계 기피 현상이 계속돼 기업 인력 수급은 커다란 리스크”라면서 “전문 기술을 존중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정책과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투자와 협의체 활동은 반도체 인력 부족 문제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협의체는 인력 양성을 위한 산·학 협력 사례로 삼성전자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지난 7월 채용 연계형 계약학과 개설을 제시했다. 협의체는 시급한 산업 과제로 지목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연대 협력에도 나설 예정이다. 온세미코리아가 국내 투자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는 데 이어 국내 팹리스인 텔레칩스도 국내 파운드리를 통해 차량용 AP 공급을 추진한다. 협의체는 이러한 국내 투자를 유도하고 차량용 반도체 공급 기반 확충에 집중할 예정이다.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수요 연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급 기업과 수요 기업 및 제품 정보를 매칭한다. 매칭된 제품 개발비를 지원하는 등 연구개발(R&D) 성과물 상용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해당 플랫폼 사업을 위해 내년도 예산 45억원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팹리스-디자인하우스-파운드리'를 아우르는 시스템 반도체 상생발전 포럼도 신규 운영한다.
소부장 연대 협력은 친환경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 소부장 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최종 양산하도록 소자기업과 협력한 '성능평가지원사업'에서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소부장 성능평가 지원 사업은 사업화 매출 147억원, 투자 526억원, 특허출원 82건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협의체는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친환경 공정 가스 원천 기술을 위한 소자 업체와 소부장 기업 간 중장기 R&D를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탄소 중립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을 이번 분기 내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오는 2023~2030년 약 9500억원을 투자하는 것이 목표다. 또 환경안전협의체를 신규로 구성, 환경·안전 우수 사례 공유 및 현장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기업은 연구계와 함께 저탄소 배출 소재와 공정을 개발하고 정부는 법과 제도적 장치를 잘 만들어서 지원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정부 정책도 연대와 협력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고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높여 가는 방향으로 설정할 것”이라면서 “소부장 협력 모델을 통한 공동 R&D를 지원하고 양산 기반의 테스트베드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