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제품 생산을 지원하는 '멀티 프로젝트 웨이퍼'(MPW) 서비스를 대폭 줄인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밀려드는 주문을 모두 소화하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력반도체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차량용 반도체를 주로 제조하는 8인치 웨이퍼 공정의 병목 현상이 심화, 내년 MPW 서비스를 절반 이상 축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8인치와 12인치 파운드리 MPW 제공 횟수를 축소한다. 8인치는 올해 19회 제공하던 MPW 셔틀을 내년에는 8회만 제공키로 했다. 12인치도 올해 18회에서 13회로 축소했다. 전체적으로 올해 대비 약 43%가 줄어드는 셈이다.
MPW 축소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공정 라인에 여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기업이나 연구기관, 대학 등의 반도체 시제품 제작을 지원할 목적으로 운영되는 MPW는 실제 양산 라인이 풀가동되면서 MPW에 할애할 라인이 부족해졌다. 과거 참여 팹리스가 적어 MPW 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이번에는 파운드리 병목이 주된 원인으로, 기존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8인치 파운드리 라인의 양산 병목 현상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인치 파운드리에서는 전력반도체, 전력관리반도체, MCU 등 차량용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을 주로 제조한다. 완성차 업체가 생산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반도체 공급난이 악화돼 8인치 파운드리 수요가 급증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8인치 파운드리가 가동률 100%를 유지하며 수요에 대응하다보니 시제품 생산이나 연구 목적의 MPW 라인을 확보할 여유가 없는 실정이다.
MPW 프로젝트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1일 “삼성전자의 8인치 파운드리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단순 시제품을 제작하는 MPW 수요에는 대응하고 있지만 실제 양산까지 이어지는 신규 사업은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팹리스가 MPW를 통해 양산까지 나설 경우 8인치 파운드리 라인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용어 설명>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하나의 웨이퍼에 여러 고객사의 반도체 시제품을 제작하거나 한 고객사의 여러 시제품을 만들기 위한 서비스. 파운드리가 연구개발(R&D) 및 시제품 개발 역량이 부족한 반도체 팹리스나 대학, 연구기관 등에 제공한다. 파운드리에서 일정 비용을 받지만 최근 정부에서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가동률 100%…수요 대응 벅차
연구 목적 라인 확보 여유 없어
8인치 웨이퍼 19회→8회로 축소
팹리스 신규제품 개발 제약 커질 듯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삼성전자 8인치 파운드리 MPW 공정 제공 횟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