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의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이하 인앱결제법)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한국 법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정부·국회와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8일 “쿡 CEO가 애플 이사회에서 한국의 인앱결제법에 밀리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는 정보를 미국 시민단체 제보로 확인했다”면서 “애플 본사는 한국지사 등과 조율한 일부 개선안도 거부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복수 관계자도 '쿡이 한국시장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지시를 한 것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와 국회는 9월 특정 인앱결제 방식 강제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 이후 애플·구글과 협의를 지속했다. 정부와 국회는 앱스토어에서 모바일콘텐츠 제공사업자가 원하는 결제방식을 자유롭게 선택·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책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애플을 대리한 일부 로펌 등 관계자가 한국 정부·국회 입장을 애플 본사에 전달했지만 개선에 대한 답은 전혀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애플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지난 10월 제출한 인앱결제법 1차 이행계획서에 “앱 외부 사이트에서 결제한 후 아이폰·아이패드 앱 내에서 이용하는 방법'이 가능하다”는 입장만 표명했다. 이후 추가 개선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의 협의에도 애플의 인앱결제 법에 대한 태도 변화가 없는 것은 결국 최고결정권자인 쿡의 의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앱스토어 결제 정책 변경과 관련,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과 EU는 앱스토어 외부에서 앱 설치를 가능케 하는 '사이드 로딩'을 허용하도록 반독점법 개정을 추진한다. 한국에서 외부결제를 허용하면 다른 나라 제도 개선에도 명분을 주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셈이다.
애플과 우리 정부·국회의 갈등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다른 결제 방식을 사용하는 모바일콘텐츠사업자의 앱마켓 이용을 제한하거나 기술적으로 어렵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이르면 올해 안에 개정한다. 시행령 발효 이후에는 애플의 행위가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윤구 전 애플코리아 대표가 사임한 것도 이 같은 갈등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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