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미래 비즈니스에 맞춰 혁신하라.” 국내외 기술 기업 리더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존 전략으로 '고객 수요형 혁신' 전략을 강조했다. 고객 사업 로드맵을 미리 간파하고 기술혁신을 이뤄야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법론으로는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활용 △상생 협력 생태계 구축 △시장 수요 선제 대응 등을 주문했다.
17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과 전자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2021 글로벌 소부장 테크페어'에서 엔비디아, SK넥실리스, 두산퓨얼셀,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 바커케미칼코리아 등 첨단 기술 기업들이 소부장 혁신 방법론을 공유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유응준 엔비디아코리아 대표는 AI를 혁신 수단으로 제시했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자동차, 인터넷 등 수많은 기업에 가속 컴퓨팅이 가능한 AI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유 대표는 “'타임 투 마켓'(서비스와 제품의 출시 기간)이 중요하다”면서 “프로세스를 일일이 개발하지 말고 AI를 통해 신속하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대표는 BMW, 벤츠, 아우디 등 완성차 업체의 AI 플랫폼을 활용한 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BMW는 제조 현장에 엔비디아 AI 로봇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도입, 자동차 부품의 조립과 물류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유 대표는 “BMW는 3000만여개 부품을 AI 플랫폼으로 통제하면서 프로세스 표준화가 이뤄졌고, 총소유비용(TCO)도 대폭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SK넥실리스는 고객 요구에 맞춘 기술혁신을 역설했다. 배터리 제조사의 가장 큰 고민인 대용량화와 경량화에 초점을 맞춘 두께 4마이크로미터(㎛)의 초박형 동박을 사례로 소개했다.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초박형 동박을 개발함으로써 고객사의 대용량 배터리 개발을 앞당길 수 있었다.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펼치는 두산퓨얼셀도 미래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문상진 두산퓨얼셀 상무는 “급속충전을 원하는 전기차 수백대가 한꺼번에 충전하면 높은 전압으로 현재 전력망이 붕괴될 수 있다”면서 “급속충전이 가능한 수소 융합충전소 '트라이젠'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라이젠에서는 난방과 온수도 제공할 수 있다. 바커케미칼코리아도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추세에 맞춰 무공해 실리콘을 활용한 접착제, 포팅제, 코팅제, 필름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협력사와의 상생 역시 혁신 방법론으로 제시됐다.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는 20여년 전부터 반도체 장비 제조를 국내 소부장 기업과 협력해 생산하고 있다. 이체수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 사장은 “상생 생태계 조성 결과 국내 협력사 역량을 기르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제조 장비를 글로벌 시장에 동반 공급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소부장 분야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의 사업 협력을 위한 1대1일 상담회도 열렸다.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수요기업이 약 140개 소부장 공급기업과 신규 사업 및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행사에는 총 500여명이 참가했다. 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은 “국내 소부장 관련 기업의 로드맵을 공유하고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됐다”면서 “내년에는 글로벌 소부장 테크페어 10주년을 맞아 한층 업그레이드된 행사로 꾸미겠다”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2021 글로벌 소부장 테크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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