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은 202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20대 대통령에게 바란다'를 주제로 소프트웨어(SW)·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진행했다. 여야 의원과 산업계, 학계, 법조계 전문가 등 참석자는 문재인 정부의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뉴딜 정책 추진 등 ICT 정책 방향이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강력한 컨트롤타워 부재 등 실행 과정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시했다.
차기 정부에서는 부총리급 또는 청와대 수석 이상 국가 디지털대전환 정책을 책임질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인공지능(AI) 중심 급격한 사회경제 변화에 발맞춰 SW·ICT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일자리 정책의 대전환과 효과적인 갈등 조정기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확인했다. 논의 결과는 차기 정부가 디지털 대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데 나침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참석자(가나다순)
△김영식 국민의힘 국회의원
△박재문 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 사무총장
△신민수 한양대 교수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
△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
△사회=김원배 전자신문 ICT융합부장
◇사회(김원배 전자신문 ICT융합부장)=디지털 뉴딜을 비롯해 현 정부가 지난 4년여간 추진해온 ICT 정책에 대한 평가를 바란다. 가장 큰 성과로 꼽을 만한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윤영찬(더불어민주당 의원)=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디지털 뉴딜을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수립했다. 4차 산업혁명과 5세대(5G) 이동통신, AI 데이터 기반 기술 등 방향성을 제대로 설정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민간으로 뻗어나가며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핵심성과지표(KPI) 설정에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대통령이 규제혁신을 주도했지만 관료와 국회의원이 만드는 업무가 다수 규제로 귀결되는 측면이 존재했다. 결국은 헤드쿼터 문제다. 디지털혁신비서관 신설 노력에도 부처 간 ICT 정책 관련 주도권 다툼이 있었고, 조정 역할이 다소 부족했지 않았나 싶다.
◇김영식(국민의힘 의원)=문재인 정부 업무 추진 방식이 대체로 급진적이다. 코로나19가 터졌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디지털 뉴딜 정책 방향성 자체는 좋았다. 문제는 헤드쿼터(본부)가 있긴 했지만 지휘하고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는 점이다. 위기 타개를 위해 급조하다보니 사업이나 정책이 미래를 바라보고 준비한 게 아니라 단기 성과 중심이었다. 과기정통부 디지털댐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3000억원, 올해 6000억원을 투입했는데 데이터 활용에 대한 고민보다 댐부터 구축하자는 접근이었다. 급조를 하다보니 내실에 한계가 있지 않았나 싶다.
◇사회=산업계에서 바라보는 관점은.
◇조준희(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현 정부 최대 성과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진흥법 통과다. 미래를 준비하는 기반을 다졌고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를 중심으로 범부처 협력을 도모했다. 한국판 뉴딜과 연계한 5G, 데이터댐 등 시도는 좋았다. 아쉬운 점은 ICT 정책을 바라보는 거버넌스가 모호했다는 점이다. 4차위는 컨트롤타워가 안되고 자문기구가 됐다. SW분야 등 인력공급이 안돼서 산업 발전을 맞추지 못하고 동력 잃은 문제는 심각하다. 차기 정부가 잘 다뤄야 한다. 재난 지원 분야에서도 하는데 SW 대가는 재난 수준이었다. 하반기 공공분야 대규모 프로젝트 유지관리 분야에서는 무려 44% 유찰이 발생했다. 공공이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몇년째 금액을 올리지 않다보니 기업이 입찰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움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박재문(한국정보방송통신대연합 사무총장)=미중 기술패권 경쟁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데이터 기반 경제를 추진하며, 데이터·네트워크·AI 3대 분야가 결합이 돼서 큰 핵심을 만들어내는 게 프레임워크(기본구조)였다. 각각 요소에 대해 이번 정부에서 많은 성과가 있었다. 그 성과가 산업 현장에서 어떤 꽃을 피워내느냐를 봤을 때 기업, 금융, 국방 등 모든 산업분야에서 데이터·네트워크·AI 기반 혁신을 필요로 했다. 이런 큰 혁신을 어떤 거버넌스를 가지고 할 것이냐는 고민이 충분히 이어지도록 하는 게 필요했다고 본다.
◇사회=전문가 시각도 궁금하다.
◇이종관(법무법인세종 전문위원)=현 정부 사업은 범부처 과제가 많았다.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발전전략, 디지털포용 전략 등은 범부처 합동 방식으로 이뤄졌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역시 지향 범위가 넓고, 확산 의지를 보여준 것은 좋았다. 다만 다음 단계로 가니 부처 간 조율이 아쉽다. 온라인플랫폼 관련법 추진과 조정과정에서 정부 비효율성이 드러났다. 방향설정과 논의 구조는 좋았지만 이행구조에 있어서는 부처 간 잡음과 비효율성이 발생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서도 미국·중국간 패권전쟁에 휘말리지 않고 외교적 해법으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성장할지 논의가 필요하다. 디지털 대전환과정에서도 도출된 디지털포용과 디지털복지는 우리가 앞으로 생각해야 할 부분 중 하나다.
◇신민수(한양대 교수)=현 정부가 가장 잘한 건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경기가 정체될 때 대통령이 4차 산업혁명을 돌파구로 언급한 건 좋은 아이디어다. 둘째 그 아이디어를 담을 틀로서 데이터기본법 등을 제정한 것이 좋았다. 셋째 새로운 법 체제로 온라인플랫폼법 등을 시도한 일도 있었고, 망 이용대가에 대한 언급도 놀라왔다. 기존 한국은 다른 나라를 따라했지만 이제 규제와 산업정책에서도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아쉬운 부분은 이번 정부가 들어선 시점이 경제변환 초기였다는 점이다.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급박한 상황에서 자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다소 부족했다. 새로운 법제는 좋은 시도였지만 정부와 시장 간 얼마나 제대로 협의가 이뤄졌느냐는 문제에 대해선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사회=현 정부가 방향성은 제대로 제시했지만 실행 과정이 아쉽다는 게 중론이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차기 정부가 중점을 둬야 할 핵심 ICT 어젠다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윤영찬=디지털 전환 이라는 어젠다가 어느 부처에나 다 걸려있다보니 부처가 땅따먹기 식으로 인식한다. 청와대조차도 조정이 어렵다. 계속해서 부처 간 갈등이 강화되는 방식이다.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하고, 이게 단순히 부처 간 역할 구분이 아니라 최우선 전략을 만들고 부처 전체가 같이 그림을 그려나가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영국과 같은 국가최고기술책임자(CTO)가 필요하다. 국가CTO는 대통령과 정책결정에 결정적 영향력을 가진 직책이다. 4차위는 자문기구로서 한계를 노출했다. 부처 간 갈등을 해소하고,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끌고 가려면 CTO가 필요하다. 플랫폼 사업자가 ICT 산업을 주도한다. 플랫폼기업을 글로벌 사업자로 키우면서도 우리산업을 보호·진흥하면서 거기에 따른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한국적 강소형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다.
◇사회=현 정부 평가와 핵심 ICT 어젠다에 대한 의견을 종합해보니 거버넌스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귀결된다. 바람직한 ICT 거버넌스 개편 방향은.
◇김영식=미래사회와 산업은 과학기술이 중심이 되는 사회다. 미래를 인식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다르다. 지금 산업환경 변화를 주도하는 ICT와 과학기술 중요성은 매우 크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사이언스 퍼스트를 외쳤다. 빠르게 다가오는 시대변화에 적응하려면 과거 관습을 버리고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거버넌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학기술·ICT·방송을 총괄하는 부총리급 직책이 필요하다. 정부뿐만 아니라 청와대 내에서도 변화를 주도하는 수석 신설이 필요하다. 시대변화는 모든 부분이 ICT에서 시작된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디지털트윈이다. 현실 공간을 가상에서 해결하고, 현실과 가상이 상생한다. 이와 같이 빠른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법과 제도를 만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대체불가토큰(NFT), 비트코인 등 급변하는 산업 변화에 발맞춰 부총리가 정책을 제시하고,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박재문=디지털 전환 기에 디지털 기능이 필요하다고 해서 부처 전체를 합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데이터와 AI 등은 산업 부가가치를 새로 만들자는 담론인데, 그 영역은 크고 흩어져 있다. 한 부처에서 담당할 수가 없다면 누군가 리더십을 가지고 조정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SW 시장을 보면 전체 ICT 시장에서 정부 구매 비중이 25% 정도를 차지하는데 산업 활성화 촉매로 활용한다는 관점이 부족했다. 구매가 이뤄진다고 하면 그 산업 시장이 커지는 것인데, 그런 부분까지 섬세하게 보는 컨트롤타워가 있으면 좋겠다.
과학기술과 ICT가 시너지를 내는 분야가 많이 있다. 현재 과학기술과 ICT가 묶인 정부구조가 시너지를 내고 있는데 고려 요소가 돼야 한다. 양자컴퓨팅, 양자 통신, AI 반도체 등 새로운 소재 개발 등 영역은 하나의 진전이 산업에 큰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현재 청와대 구조는 디지털혁신수석. 과학기술보좌관 등 부처를 관장하는 형태인데, 차기 정부에서는 청와대 구조 안에서 디지털 리더십을 갖는 수석 중심으로 각 부처 간 긴밀한 협조를 이끌어 낼 위원회 체계를 검토했으면 한다. 대통령이 기진 디지털 리더십이 손쉽게 전달되고, 하부구조에서 정책적으로 이행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신민수=거버넌스 문제와 관련해 세 가지 원칙이 중요하다. 첫째 ICT가 더 이상 로컬이 아니라 글로벌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국제적 규모로 경쟁할 수 있는 대부처가 필요하다.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선 특정 부처를 중심이 아니라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구조를 완전히 새롭게 가져가는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현재 산업과 공공에 대한 차별적 정책이 필요하다. 청와대 수석이 넓은 ICT 사업영역을 다 이해하긴 어렵다. 대통령 직속 혁신·갈등조정위원회를 만들어서 산업융합과 같이 혁신과 관련된 정책은 모든 부처가 따르게 만들어줘야 한다. 산업의 ICT화를 추진하면서 갈등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권한을 바탕으로 합의와 조정을 유도해야 한다.
셋째 '플랫폼 거버넌스' 접근이 필요하다. 가변성이 높은 영역과 낮은 영역을 구분해서 거버넌스를 만들 필요가 있다. 통신·방송과 같이 유사 분야를 모듈화·융합하는 방식으로 체계를 묶는다. 민간 파트너를 설정하되 공공성 확보를 표준화된 규약을 만들면 산업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미디어 분야에서 생각한다면 규제와 진흥을 합치되 심의는 분리하자는 아이디어가 될 수 있겠다. 미디어 분야의 바람직한 개편 방향은.
◇이종관=디지털 대전환은 파괴적 혁신을 수반하고, 기존 질서, 앙시앵레짐(옛 체제)과의 충돌이 필연이다. 새로운 것을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와 주류가 교체될 때 충돌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전통미디어의 충돌, 타다와 전통 운수업간 충돌·갈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영역을 다루기 위해선 총리급 이상 직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규제와 진흥은 함께 가야 한다. 산업을 확산하는 역할은 규제를 풀거냐 말거냐의 역할과 직결되고 연결되기 마련이다.
다만 콘텐츠 분야 심의 기능은 분리가 적합하겠다. 심의 영역은 표현의 자유와도 깊게 연관된다. 인간 기본권을 공권력으로 일방 규제한다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논의로 연결이 된다. 기본권을 제약할 소지가 존재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과거 방송규제에서 했던 방식인 민간 자율규제 등으로 구분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SW 산업계도 직접 제언을 부탁드린다.
◇조준희=우리나라 리더의 현장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력 수급 문제다. 11명이 해야 하는 축구경기를 4~5명이 하는 수준이다. 대학 SW 전공자는 정해져 있다. 기업이 수용해야 하고, 전공자 자체를 늘리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에 가서 전공을 늘려달라고 하면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 일반 중·고등 과정에서 기초 정보 교육을 강화하면 SW산업계가 인력을 사용하기 쉽다고 해도 들어주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볼 때 ICT를 전담할 부총리 신설은 당연하다고 본다. 현재와 같이 과기정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여러 부처가 협의하는 체제로는 어렵다고 본다. 국가최고정보책임자(CIO) 개념이 필요하고, 디지털혁신 수석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 어렵다고 해서 안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들고서 보완을 해나가야 한다. 부처간 일사불란한 대응체계 가동을 위해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발전시킨 국가 디지털 혁신추진위원회를 만들어서 일체적으로 접근해야할 필요성도 있다.
◇사회=거버넌스 문제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확인된다. 방향성에서 차이는 있지만 현재와는 분명히 달라져야 하고 부총리, 혁신수석 등 상당히 높은 수준을 이야기했다. 권한도 강화돼야 한다는 결론이다. ICT 발전을 위해서는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는데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조준희=지금 대한민국에서 물려받지 않고 기업 50위권으로 들어왔거나 강소기업 대부분은 SW 기반 회사다. 교육열이 높은데 SW학과를 잘 가지 않는다. 종사자들이 제대로 대가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굉장히 열악한 환경이다. 플랫폼 기업이 나오고 SW 인력 인건비를 대폭 올리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열악한 곳은 더 부족해지고, 괜찮은 곳은 풍부해진다.
지방 대도시 대학이 어렵다고 하는데 지방 대학이나 폴리텍은 (SW 관련) 과를 늘려달라고 하는 게 목표고, 늘려줘야 한다. 그런데 교수들은 한 과를 늘리면 다른 학과를 줄여야 한다고 한다. 정부가 아니면 풀기 어려운 부분이다. 미국처럼 우리도 SW교육을 초·중·고에 걸쳐 해준다면 컴퓨터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기업이 인력을 양성하면 된다. 그런데도 교육과정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다.
◇윤영찬=답답한 부분인데 결론적으로 보면 교육 문제에 막혀 있다. 대학 내 치열한 경쟁에 가로막히는 부분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정부 의도로 풀리지 않는다면 결국 기업이 대학 또는 전문가 집단과 협업해서 인재 양성을 스스로 해내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든다.
예산 문제도 중요하다. 정부가 인재 양성 사업을 할 때 모든 돈은 기획재정부에서 받게 된다. ICT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부처와 관련해 과기정통부와 기재부를 두고 갈등이 있었는데, 결국 기재부가 가져간 건 예산 때문이다. 예산을 총괄하는 사람이 권력을 가지기 마련이다. 예산을 ICT가 가져가야 한다. 국가전략적 예산을 가져오고 과기정통부 기능을 부총리로 한다고 할 때 예산 변화를 상당 부분 가져와야 한다. 국가혁신 전략예산을 편성하고, 그 예산을 과기정통부(부총리)가 행사할 수 있도록 해줘야 의미가 있다. 법으로 규율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영식=대학총장(금오공대) 경험으로 이 상태로는 대학이 망할 수밖에 없겠다고 느꼈다. 교육부문을 정부 주도로 한다는 게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부터 정부 주도로 시장과 인력에 대한 예측을 하곤 했다. 하지만 당시엔 지금 AI가 이렇게 활성화할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보니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 것이다. AI 시대에 사람이 어떤 일을 할건지 개념정립을 해야 한다. 정부는 진흥을 통해서 예측을 하고, 거기에 맞는 인력을 어떻게 빠르게 공급할 것인지를 같이 고민하면서 가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 내에서 학과 간 칸막이를 폐지할 수 있는 법 제도를 만들어줘야 한다. 기재부가 예산에 대해 칼질하는 방식으로 전권을 행사하는 것은 견제해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예산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며 기재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준희=예산 문제의식과 관점에 격하게 공감한다. 꼭 강조해 달라. 기아자동차 등이 SW기업으로 진화한다. 오스템임플란트, 골프존이 SW인력 수백명을 고용한다. 차기 정부는 예산부터 할당해서 SW기업 종사자가 좋은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라클에 유지보수비를 25% 주고 우리 기업한테는 10%밖에 주지 않는다. 양자·AI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 알지만 선수가 없다. 고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청년을 디지털부문으로 전환시켜서 고용하고, 디지털 인력을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사회=차기 정부에서 플랫폼 문제 등과 관련해 갈등 조정을 효율화할 방안은.
◇박재문=과거 사례를 보면 다른 부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외부에서 조정하겠다고 하면 현실적으로 잘 되지 않는다. 청와대 구조는 정부 부처의 행정을 관장하는 수석실이 대응하는 큰 틀을 벗어나지 않기 마련이다. 충분히 변화를 줄 수 있다. 디지털혁신추진휘원회 등 전문가그룹이 포진된 쪽에서 기획을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를 담당하는 비서관실을 두고, 대통령 행사 기획, 수보회의에서 보고하는 직책이 있다면 기존 4차위보다 내실화된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다만 갈등 양상은 다양할 것이다. 범사회적 갈등 조정은 가능하지 않고, 디지털혁신 분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 범주를 좁혀주면 좋겠다.
◇윤영찬=디지털혁신이 워낙 광범위하다. 농림도 산업, 소방 등 모든 걸 다해야 하는 데 한 범위를 구획으로 해서 법안을 만들기는 어렵다. 위원회 필요성에 동의한다. 예외적 절차로 정책실장이 부르거나 국무조정실장이 조정하거나 하는 게 아니고, 일상적 틀을 거쳐서 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신민수=기본 정책방향이 바뀌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갈등은 시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시장을 어떻게 열어주느냐 문제다. 우리 법제는 영역별 구조다. 네트워크 효과라든가 여러 가지 효과를 봤을 때 기존 법칙으로 이걸 다 비교하기 어렵다. 기존의 법칙으로 비교를 하니 문제가 발생하고, 신산업과 기존 산업 간에 갈등이 심화된다. 기존 산업별 법칙을 유지하더라도 융합적으로 나가야 한다. 융합적으로 나가야 창의적으로 나가고 발상 전환을 끄집어낼 수 있다.
◇이종관=정부 부처 간 갈등을 보자면 부처도 하나의 조직이기에 성과가 필요하다. 갈등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가 성과관리 측면이다. 플랫폼 규제는 어느 정부든 성장산업을 관할하고 싶고 소멸산업을 관할하고 싶지 않아 한다. 성과관리 측면에서 사활을 건다. 예산, 조직, 개개인 승진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갈등은 필연이다.
혁신과 갈등 조정위원회를 대통령직속으로 놓는 게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정부가 산업발전을 주도했다. 대통령 관심이 없으면 공무원이 움직이기 쉽지 않다. 규제개혁위원회와 같이 구속력 있는 위원회를 설치해서 갈등을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사회=다양한 분야 중에서도 거버넌스가 가장 큰 관심사임을 확인했다. 종합 제언을 부탁드린다.
◇윤영찬=ICT정책 마인드가 중요하다. 관이 모든 걸 다할 수 있다는 마인드는 적합하지 않다. 디지털혁신이라는 모든 기술적 측면은 민간을 통해 나온다. 정부 관점은 민간이 어떤 혁신을 할지, 최종 목표를 민간을 보고 정책을 수립, 집행해 나갔으면 한다.
◇김영식='정부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변화한다. 예전 관 주도 정책으로는 따라가기 어렵다. 차기 정부는 큰 틀에서 시대가 어떻게 다가오는지에 대한 고민을 통해 역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 정부의 확고한 운영철학이 마련돼야 한다.
◇조준희=지금 SW 업계에서는 인도 동남아 인력을 쓰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실업에 빠져 있는 청년층을 대거 양성해서 써야 한다. SW 대가 구조를 현실화해 국내SW 기업이 외국SW기업의 70%에는 육박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양질 급여와 복지를 제공해 인력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종관=차기 정부에선 디지털대전환이 국정철학으로 확립돼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때는 '융합', 이명박 전 대통령 때는 '글로벌 진출' 등 국정철학이 ICT에 녹아져 있었다. 차기 정부도 고민했으면 한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면 재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고민이 필요하다.
◇신민수=정책모티브가 어디인가가 중요하다. 예전에는 비용효율 방식 위주였다. 하지만 이제는 융합밖에는 없다. 지금의 정책 분절과 규제 분절을 해소하는 게 향후 정책에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정리=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