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플러스글로벌이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R&D) 생산시설(팹)을 만든다. 정부나 연구기관이 아니라 민간기업이 파운드리 R&D 팹을 마련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파운드리 팹 부족으로 시제품조차 생산하지 못하는 팹리스 기업에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테스트베드로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플러스글로벌은 경기 용인시 소재 반도체 클러스터에 12인치 반도체 R&D용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내년 5월부터 반도체 소부장 테스트와 시제품 위탁 생산 서비스를 제공한다. 테스트베드에는 수천억원이 투입된다. 용인 팹 생산 규모는 12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월 3000장이다. 국내 파운드리 업체와 비교하면 작은 '미니 파운드리 팹'이지만 반도체 시제품 생산과 소부장 테스트 환경에는 충분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용인 팹은 현재 클린룸을 확보하고 반도체 박막 중심으로 장비를 투입할 예정이다. 내년 가동 전에 반도체 노광 공정 장비를 추가 검토, 생산 라인을 완비한다. 나노종합기술원이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반도체 장비를 공동으로 활용, 기업에 반도체 R&D 환경을 제공했다. 반도체 시장 성장에 따라 팹리스와 소부장 기업의 R&D, 시제품 생산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시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는 일도 발생했다.
서플러스글로벌은 급증하는 반도체 R&D·시제품 생산 수요를 보고 직접 사업에 뛰어들었다. 단순 테스트 환경 제공에 그치지 않고 소규모 파운드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서플러스글로벌은 국내 1위 중고 반도체 장비 유통사다. 회사가 보유한 8~12인치의 여러 공정 장비를 활용, 효율적으로 팹을 구축할 수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사에 장비를 공급하고 기술을 지원한 경험과 노하우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는 9일 “국내 반도체 장비 대표 기업으로서 국내 파운드리 R&D 팹 투자를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