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D-1]韓·美 '반도체 동맹' 강화… 공급망 재편·中 견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공장 방문
순방 중 현지 제조시설 시찰 이례적
협업 분야 세밀히 조율해 '윈윈'해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가장 먼저 찾는다. 사실상 방한 첫 일정이다. 미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현지 제조시설을 찾는 건 이례적이다. 반도체 패권 전쟁과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반도체 동맹'을 한층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전략적 반도체 협력으로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우리 정부의 의지와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본격화한 반도체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4월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영상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흔든 것 역시 안정적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미 행정부 의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면서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화해야 하는 만큼 다각적 시도를 이어왔다. 삼성전자와 TSMC 등 해외 기업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유치하면서 자국 반도체 생태계를 견고히 하려는 행보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미국 노력만으로는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승기를 잡고 동시에 자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을 완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은 안정적 소재·부품·장비(소부장)와 반도체 제품 확보에는 유리하지만, 그만큼 생산 효율이 떨어지고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를 추진하면서 아시아 중심 반도체 생산 거점을 북미로 옮기려고 시도한다”면서도 “그러나 반도체 공급망이 세계적으로 분업화되어 있어 완벽한 현지화는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공급망 동맹'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메모리 위상은 여전히 견고하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첨단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시스템 반도체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으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

삼성전자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40%를 훌쩍 넘는 업계 최강자다. 각국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양이 급증하면서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활발하다.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외 D램과 낸드 플래시 등 메모리는 삼성전자를 앞세운 우리나라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마이크론 등이 메모리 제조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시장 수요를 감당하긴 어렵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반도체 회의 때 삼성전자를 빼놓지 않고 부른 것도 미국 반도체 공급망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을 보여준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바이든 미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 공장 방문은 이러한 반도체 동맹을 상징화하는 행보다. 미국이 자국 외 국가와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 동맹을 구축하면서 심화하는 반도체 공급 부족을 해소하고 나아가 중국 반도체 굴기를 막을 수 있는 퍼즐을 맞추는 셈이다. 시스템 반도체 생산 거점은 미국 테일러 시에 세우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을 적극 활용하고 메모리는 한국 내 생산 물량을 확보하면서 안정적으로 공급망을 재편할 수 있다. 반도체가 국가 안보 전략 무기화된 지금 미국의 반도체 팹리스 역량을 뒷받침할 생산 거점으로 삼성전자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같은 전략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부터 반도체 산업의 경제적 중요성과 공급망 확보에 노력을 기울였다. 첨단 기술을 보호하고 미국과 전략적 반도체 협력 등 공급망 협력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단언했다. 이번 바이든 미 대통령 방한으로 가시적인 동맹 체제 구축과 협력 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협업 가능한 분야를 세밀히 조율하며 '윈윈'할 수 있는 성과를 달성해야 하는 것도 우리 정부의 과제다.

반도체 외 양국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경제 협력도 기대된다. 21일 환영 만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와 경제단체장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사절단 측과 협력 사업 추진과 투자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반도체 관련 주요 행보]

[한미정상회담 D-1]韓·美 '반도체 동맹' 강화… 공급망 재편·中 견제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