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30년 사업이 이달 끝난다. 바로 액정표시장치(LCD)다. 지난 1991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총괄 산하 'LCD 사업부'를 설립하며 LCD 시장에 출사표를 내민 삼성은 7년 만에 10인치 이상 LCD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당시 시장을 주도하던 쟁쟁한 일본 업체를 제치고 우리나라 대표 산업으로 발돋움했다. 한때는 반도체보다 연간 수출액이 많을 정도로 수출 효자 품목이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추격은 매서웠다. 중국 정부의 각종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설비 투자에 뛰어든 중국 기업은 저가 공세로 LCD 시장을 잠식했다. 삼성을 비롯한 우리 LCD 기업의 수익성은 악화 일로를 걸었다.
오늘날 LCD 산업의 무게 중심이 중국으로 옮겨졌다는 데 모두가 동의한다. LCD는 중국에 빼앗겼지만 가만히 앉아있을 순 없다. 미래 디스플레이 품목으로 꼽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중심으로 또 다른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세계 최고 수준의 OLED 패널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 삼성이 스마트폰 분야, LG가 TV 분야에서 각각 OLED 시장을 진두지휘하는 것도 OLED 산업을 둘러싼 기업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다. OLED 소재부터 장비까지 탄탄한 생태계도 갖췄다.
세상 아무에게나 물어도 OLED 1등을 꼽으라면 '대한민국'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어렵게 오른 왕좌도 내려오는 건 한순간이 될 수 있다. 우리 기업 뒤에서 칼을 갈고 있는 중국은 언제든 OLED 시장에서 한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BOE가 이미 OLED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고, 차이나스타(CSOT)도 공격적인 투자로 맹추격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가장 크게 걱정하는 건 OLED도 LCD 전철을 밟는 것이다. OLED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중국 기업은 LCD처럼 막강한 정부 지원을 토대로 경쟁력을 기르고 있다. 디스플레이도 반도체처럼 인프라 산업임을 간과하면 안 된다. 기술력은 우리가 앞서지만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으로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우리 기업의 역량만으로 막아낼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
중국의 국가 차원 OLED 지원 공세에 대응하려면 우리 정부도 발 빠르게 맞서야 한다. 우선 기업이 OLED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새 정부가 반도체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전폭 지원하는 것처럼 디스플레이 투자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
방법은 명료하다.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 테두리 안에 디스플레이 산업을 담는 것이다. 연구개발(R&D)부터 설비 투자까지 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토대를 닦아야 한다.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 육성과 궤를 함께해야 할 시점이다.
디스플레이는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에도 빠져 있다. 이 때문에 R&D와 시설 투자 세액 공제율이 낮다. OLED 투자 유인책이 필요한 만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시급하다. 기업과 '원팀' 체제로 강력한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유지하길 바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
권동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