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D램 수요 증가율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D램 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D램 수요 비트그로스를 8.3%로 전망했다. 비트그로스는 정보 단위인 비트(bit) 성장률로, 메모리 시장 성장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시장에서 얼마나 더 D램이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수요 비트그로스가 10% 미만으로 떨어진 건 역대 처음이다. 대규모 D램 투자가 끝난 2019년 당시에도 수요 비트그로스는 14.6%였다.
반면에 내년 공급 비트그로스는 14.1%로 전망됐다. 공급과 수요 비트그로스 격차가 올해보다 더 벌어질 태세를 하고 있다. 심각한 D램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
D램 수요 침체는 인플레이션으로 말미암아 소비자 구매 심리가 약화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PC, 노트북 등 대표 D램 적용 기기 판매량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대유행과 공급망 위기로 D램 주문량은 늘었지만 기기 판매량은 감소, 재고가 쌓인 것도 D램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트렌드포스는 특히 노트북 재고가 더디게 소진됨으로써 노트북향 D램 수요가 약화했다고 진단했다. 최근 몇년 동안 서버 출하량이 안정적 성장세를 보인 만큼 내년 성장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D램 시장에서 주요 성장 동력이던 서버향 수요도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규격별로는 대세인 DDR4 비중이 줄어들고 DDR5로의 전환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이슈로 성장세는 가파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DDR5 가격은 DDR4 대비 2~3배 비싸다.
공급 과잉이 심화하면서 D램 가격의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D램 가격이 내려가면서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Gb(1Gx8 2133MHz) PC향 범용 제품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 29일 기준 전월 대비 14% 이상 하락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낙폭이다. 반면에 낸드플래시 성장세는 탄탄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낸드플래시 수요 비트그로스는 28.9%다. 공급 비트그로스는 32.1%로 공급과 수요 비율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 시장 수요에 영향을 미쳐 메모리 제조사도 재고 조정을 우선 순위로 잡고 있다”며 “2023년 D램 시장은 심각한 공급 과잉이 예상되며 가격은 계속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D램 및 낸드플래시 공급·수요 비트그로스 전망]
자료:트렌드포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