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투명한 준법경영 동참"…회장 승진 임박 '쇄신 행보'

'2기 준법위' 첫 참석…위원 면담
"노동인권 보호·소통 강화" 강조
내달 초 창립기념일 취임 관측
잇단 현장 방문 '뉴삼성' 가동 채비

이재용 "투명한 준법경영 동참"…회장 승진 임박 '쇄신 행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찾아 투명한 준법경영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최근 잇따른 사업현장 행보에 이어 그룹 쇄신을 의미하는 일정도 소화하면서 조만간 회장 승진과 함께 '뉴삼성' 시대를 본격 가동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서초타운에서 열린 준법위 정기회의에 참석, 회의에 앞서 위원들과 면담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 2월 출범한 2기 준법위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준법위는 이 부회장에게 준법 위반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하고 사내 준법 문화 정착을 위해서도 더욱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20년 대국민 발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고 위원회의 활동 방향인 공정하고 투명한 준법경영, ESG 경영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면서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답변했다.

재계는 광복절 특별복권 이후 주요 핵심 계열사 현장경영 행보와 해외 주요 사업장, 고객들과의 접촉을 늘려 온 이 부회장이 준법위에 참석해서 준법경영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했다. 회장 취임을 앞두고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이날 면담이 회장 취임 전 사전인사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이르면 다음 달 초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에 맞춰 회장직에 취임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장단 정기 인사가 있는 12월 가능성도 있다. 내년 3월 이사회와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등기 임원에 오르면서 회장 직함을 받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부회장은 1991년 부장 직급으로 삼성전자에 입사, 2001년 상무보에 선임되고 2012년 부회장 승진한 뒤 10년째 현 직함이 유지됐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수감 상태에서 회장직에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광복절 특사로 복권됨에 따라 회장직에 오르는 데 물리적 걸림돌은 사라졌다. 최근 대내외 정치·경제 환경이 불안하고 메모리 반도체 매출 세계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선결 과제가 산적, 강력한 리더십과 책임 경영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계에서는 2020년 이건희 회장 사망으로 공석이 된 삼성그룹 회장 자리를 이 부회장이 채운 뒤 '뉴삼성' 비전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법 리스크'를 무시하긴 어렵다는 이유로 회장 승진을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 등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스스로 승진보다 경영 성과가 먼저라는 의중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출장 귀국길에서도 회장 승진 질문에 대해 “회사가 잘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고 답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 11일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방문해 연구소를 살펴봤다. [자료: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 11일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방문해 연구소를 살펴봤다. [자료:삼성전자]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해서 삼성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려면 더욱 안정적이고 투명한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바꿔야 할 뿐만 아니라 그룹을 총괄 기획하는 '컨트롤타워' 재설치도 필요하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산업의 위기와 배터리·바이오 등 신사업 경쟁, 글로벌 시장 변동성을 맞으며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커졌다. 그 과정에서 내외부 잡음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준법위와의 원만한 소통이 요구된다.

삼성준법위는 삼성그룹을 감시 및 통제하는 외부 독립기구로, 2020년 국정농단 사건 재판 이후 이 부회장의 지시로 꾸려졌다. 2020년 출범 후 이 부회장은 준법위 요구에 따라 대국민 사과를 하고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표했다. 같은 해 10월 준법위와 재면담하며 대국민 사과에 포함된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노동 3권 보장 등을 확실히 지키겠다고 재차 확인했다.

준법위는 지난해부터 연례 보고서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을 후속과제로 꼽으며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해왔다. 올해 초 출범한 2기 준법위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실천을 3대 중심 추진 과제로 꼽고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준법위는 이날 이 부회장과의 면담 이후 예정대로 일반안건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복권 후 경영 행보

[자료:삼성전자]

이재용 "투명한 준법경영 동참"…회장 승진 임박 '쇄신 행보'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정다은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