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가 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에서 우승했다. 많은 이가 우승 요인으로 구단주의 적극적인 투자와 관심을 꼽는다. 이 덕분에 시즌 내내 1등을 한 번도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우승이라는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방출생 선수 영입에 주목했다. 랜더스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고효준·노경은을 영입했다. 두 선수는 각각 1983년, 1984년생으로 나이가 40줄에 접어들었다. 30대 초·중반만 돼도 선수단 명단에서 정리하고 신예 선수를 육성하려는 최근 프로야구 기조와 정반대였다. 무엇보다 고·노 두 선수는 타 팀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방출되었다. 그런데도 이들은 보란 듯이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했다. 노경은은 선발과 중간을 가리지 않으며 12승을 달성했다. 고효준 역시 중간계투로 적재적소에 투입돼 위기를 막아 냈다. 시즌 초반의 부상 선수로 말미암은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베테랑을 영입한 랜더스의 투자가 옳았다.
3분기 주요 기업 실적 발표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거시경제 악화에 따른 시장 수요 부진'이다. 3분기부터 D램과 낸드 플래시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던 시장조사업체의 전망이 들어맞았다. 전반적인 경제 불안 속에 많은 기업이 다소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적지 않은 기업이 수익성 중심 운영, 투자 축소 등을 언급했다. 당분간 시장 상황이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효율성을 도모하며 위기를 견디겠다는 판단이다.
가장 고려하기 쉬운 방안이 인건비·운영비 감축이다. 인텔, 메타, 트위터 등 미국 기업들은 이미 고강도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내 기업은 정서상 그 정도 단어를 쓸 수 없을 뿐 채용 규모 축소와 같은 후문이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긴축 풍조가 기업 경쟁력을 깎아 먹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다운 턴'이 있다면 '업 턴'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내년 하반기에는 반도체 시황이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자가 한정된 반도체 시장 구조 때문이다. 재고 소진 국면이 지나면 다시 수요가 형성되고 가격은 반등하기 마련이다.
대략 1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체질 변화를 꾀하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마른 수건 쥐어짜기'식 긴축 경영으로 기업의 회복 탄력성조차 깎는 것은 아닌지 경계하는 자세 역시 필요하다. 2년 전만 해도 랜더스 성적은 9위였다. 팀에 꼭 필요한 베테랑 선수 영입이라는 승부수로 우승을 실현했다. 공교롭게도 고·노 두 선수는 거의 30년 동안 우승을 이루지 못한 팀에서 방출된 쓰라린 생채기가 있다. 같은 자원을 어떻게 쓸지가 중요하다.
송윤섭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