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의 2023년도 1분기(9~11월) 매출이 전 분기 대비 38.5% 급감했다. 영업손실도 2600억원을 넘기며 분기 기준 7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휴대폰, 서버 등 전방산업의 수요 부진으로 메모리 판매 가격이 20%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도 비슷한 실적 추세를 보일 전망이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한파'가 현실화했다.
마이크론은 21일(현지시간) 실적 발표회를 열고 2023년도 1분기 매출 40억8500만달러(약 5조2200억원), 영업손실 2억900만달러(2620억원)를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2022년도 4분기(6~8월)의 66억4300만달러(8조4800억원)에 비해 38.5%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8%나 급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3분기 D램 시장점유율 26.4%,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12.3%로 각각 3위와 5위를 기록했다.
마이크론의 실적 부진은 올해 3분기부터 이어진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크론은 2023년도 1분기의 D램과 낸드 모두 평균판매가격(ASP)이 약 20%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비트 공급량 역시 D램은 20% 중반, 낸드는 10% 중반 줄어들었다. 메모리 업황 부진은 새해 초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은 2023년도 2분기(12월~2023년 2월) 매출 전망치를 1분기보다 약 7% 감소한 38억달러(4조8500억원)로 제시했다.
산업 전반적인 수요 위축으로 PC, 모바일 판매량이 줄어든 탓이다. 마이크론은 데이터센터 역시 고객사 재고 소진 움직임으로 새해 클라우드 수요가 과거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4분기(10~12월)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전망도 밝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은 2조~3조원으로 전망된다. 3분기 DS부문 영업이익 5조12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삼성전자 DS부문의 영업이익 예상치를 1조5000억원까지 줄였다. 지난해 4분기의 8조8000억원에 비해 83% 줄어든 수치다.
SK하이닉스는 적자 전환이 예고됐다. 에프앤가이드는 SK하이닉스 4분기 컨센서스로 4192억원의 영업적자를 제시했다. SK하이닉스가 영업적자를 낸 것은 2012년 3분기가 마지막이다.
설비 투자도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2023년 투자를 절반 이상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새해 설비투자액(CAPEX)으로 70억~75억달러를 계획했다. 올해보다 35% 감소한 규모다. 웨이퍼 생산 역시 20% 축소한다. 마이크론은 감산 효과가 새해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만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송윤섭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