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고이면 썩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도전'과 '변화'를 강조하며 사업과 조직 측면에서 강도 높은 혁신을 예고했다. 전자·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뛰어넘는 종합제품 기업으로 진화하고, 사내 보고체계부터 바꿔 능동적 조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3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임직원과 함께 신년회를 열고 “2023년을 도전을 통한 신뢰와 변화를 통한 도약의 한 해로 삼자”며 이같이 밝혔다.
정 회장은 “글로벌 공급망 악화,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이슈 등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목표를 세워서 시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회장은 △전동화 △소프트웨어 △신사업 등 부문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현대차 그룹은 올해 EV9, 코나EV, 레이EV 등 경형에서부터 플래그십까지 다양한 전기차를 출시해서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톱5로 달성한 성공적인 전동화 체제 전환을 이어 간다.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의 소프트웨어정의자동차(SDV) 대전환 등 시스템 전반에 걸친 소프트웨어(SW) 중심 전환과 자율주행, 미래 모빌리티, 로보틱스, 에너지, 신소재 등 신사업 계획에도 속도를 낸다.
정 회장은 “자율주행 레벨 4·5는 반도체만 2000여개가 탑재되는 만큼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 회사지만 전자회사보다 더 치밀하고 꼼꼼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능동적인 기업 문화도 주문했다. 정 회장은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새롭게 시도하는 문화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신년회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대면 개최됐다. 역대 신년회 가운데 처음으로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박정국 연구개발본부 사장, 송창현 TaaS(Transportation-as-a-Service) 본부 및 차량 소프트웨어(SW)담당 사장이 참석했다. 장재훈 사장이 직접 진행하는 방식으로 직원과의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됐다.
질의응답 시간에서 정 회장은 한 직원이 '능동적인 조직 문화 조성을 위한 제도적 개선 방향성이 있느냐'고 묻자 “우리 조직 보고체계 문화부터 개선해야 한다”면서 “사소한 것들을 바꿔 나가야 큰 문화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있다면 계속 변경하고, 업데이트해 나갈 것”고 답했다.
신년회는 정 회장의 의지가 반영돼 연구개발(R&D) 핵심 거점을 신년회 장소로 택하고, 수평적 소통을 위해 타운홀 미팅 방식의 파격으로 열렸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은 신년회 후 직원들과 함께 셀카를 찍는 등 격의 없이 어울리고, 남양연구소 내 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는 등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현대차는 2023년 중점 사업 전략으로 △고객 중심 사업 운영 강화 △전동화 가속화 및 톱 티어 경쟁력 확보 △미래사업 기반 확보를 제시했다. 장 사장은 “아이오닉5 N을 선보여 차별화한 전동화 시장 경험을 제공하고, 올해 아시아 대권역 출범을 계기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을 현대차 미래 핵심시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기아는 올해 주요 경영 방침으로 △고객중심·브랜드 경영 고도화 △목적기반차량(PBV) 사업 실행 체계 구축을 꼽았다. 송호성 사장은 “우리는 도전, 혁신 DNA, 기아 브랜드 자신감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다은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