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 주력 상품인 메모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재고량이 20주(약 5개월) 분량까지 치솟고 있다. 하반기 반등도 불투명해 보인다.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적자 가능성까지 우려되고 있다.
19일 반도체 업계 사정을 종합하면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재고 일수는 140일(20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적정 재고 수준(5~6주)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해 하반기 증권업계에서 추정한 D램 재고 10주, 낸드 플래시 14주보다도 나빠졌다. 재고 일수는 반도체 완제품 생산 완료 후 출하까지 걸리는 기간을 추산한 것으로, 현재 재고량이 언제 소진되는지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주는 제조사 기준이어서 실제 고객사가 보유한 메모리 재고까지 포함할 경우 훨씬 심각한 것으로 관측됐다. 스마트폰·PC·서버 제조사들은 메모리에 변동성이 있어서 자사 제품의 원활한 생산을 위해 메모리를 미리 사 두는 경향이 짙다.
고객사를 포함할 경우 재고는 최대 30주 안팎까지 쌓여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 등 심각성을 더한다. 이는 단순 계산할 때 현재 재고 처리에 7~8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 시장 한파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요 감소, 재고 급증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적자에 가까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다음 달 1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세계 최대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도 1분기에 메모리 사업부의 적자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 메모리 사업 부문의 적자 기록은 14년 전인 2009년 1분기가 마지막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9%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 재고 수준을 살펴봤을 때 올 하반기 시황 개선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메모리 공급업체와 고객사 모두 재고 처리에 혈안”이라면서 “메모리 제조 및 장비 유지·보수 기간을 늘리거나 차세대 공정 전환 등을 들어 장비를 교체하면서 감산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적정수준 5~6주 훨씬 뛰어넘어
물량 처리까지 8개월이나 걸려
하반기도 시황개선 불투명 관측
삼성·하이닉스 적자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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