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공시를 보면 지난 10년간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생산량이 110% 이상 증가했다. 미국이 가드레일로 제시한 10년간 5% 증산은 현실적이지 않다. 정부가 미국과 협상을 통해 증산 비율을 올리든 중국 공장에 첨단장비 반입 제한을 해제하든 조치해야 한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전자신문과 만나 “메모리 반도체는 8·16Gb(기가비트) 생산비용이 다르지만 판매가는 큰 차이가 없어 대량 생산으로 수익을 낼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8Gb보다 16Gb 생산비용이 더 많이 들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용량에 관계없이 2∼4달러에 판매되기 때문에 증설을 하지 못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전제로 제시한 가드레일에 '10년간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량을 5% 확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유지되는 한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 이익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도체 전문가인 황 교수는 “D램과 낸드 생산에 사용한 웨이퍼가 매년 5%·8% 각각 증가했고 D램과 낸드 생산량도 5%·8%씩 늘어났다”며 “가드레일에 명시된 5% 증가 기준이 반도체 수든 웨이퍼 수든 국내 기업이 충족하기 위해서는 이익 감소 또는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세공정 기술을 적용하면 반도체 크기가 작아져 웨이퍼당 반도체 생산량이 증가, 적은 웨이퍼로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어 10년간 5% 증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면서도 “이는 동일한 세대 내에서 생산만 늘릴 수 있어 제한적인 해결책”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반도체 수요 변화 과정을 고려하면 첨단 미세공정으로 웨이퍼당 생산 가능 반도체 수를 늘리는 것은 3년 정도는 유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8Gb D램을 동 세대 초기 18나노미터(㎚) 디자인을 사용, 300㎜ 웨이퍼 1장에서 1000개를 생산했다고 가정하면 15㎚ 디자인 룰 적용 시 약 1400개 생산할 수 있다. 웨이퍼당 반도체 생산을 늘릴 수는 있다.
그러나 16Gb 수요가 늘어나 16Gb D램을 15㎚로 생산하게 되면 8Gb D램보다 웨이퍼당 반도체 면적이 두 배 증가, 반도체 생산량이 700개 내외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미세공정 기술이 시장 수요와 반도체 세대가 변화할 경우에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웨이퍼당 반도체 생산량을 계속 최대로 유지하려면 초미세공정이 가능한 최첨단 장비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이 문제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수출 규제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은 1년간 예외로 했다. 이 유예가 9월 말이면 끝난다.
중국 내 최첨단 장비 반입이 가능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일각에서 미국의 가드레일은 사실상 미국 정부가 중국에서 첨단 메모리 공장을 운영하지 말라는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황 교수는 “칩 면적 축소 기술 적용 시 낸드 생산에 필요한 웨이퍼를 40~60% 줄일 수 있다”며 “그러나 D램은 해당 기술 적용이 어려워 현재 생산제품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공장에서 D램을 생산하고 있다.
이어 “첨단 설비를 도입하면 투자 비용 증가로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웨이퍼당 반도체 이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중국 내 반도체 첨단 장비 반입 규제 완화보다는 가드레일 생산량 확대 기준을 늘리는 게 국내 기업에 유리하다는 의미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현재와 같이 용량 관계없이 동일한 금액으로 유지되는 한 대량 생산이 지속 필요할 수밖에 없다. 황 교수는 낸드는 매년 8%, D램은 매년 5% 증산이 이뤄져야 국내 기업 수익성이 담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가드레일 규정안에 대해 이달 말까지 의견 수렴을 받고 있다. 검토가 마무리되면 하반기 시행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과 1차 공급망산업대화(SCCD)에서 미 상무부에 반도체 첨단 장비 수출 제한 조치 관련 국내 우려를 전달했다”며 “미 정부가 가드레일 관련 의견 수렴을 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 우려와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