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내년 파운드리 톱3 진입 '시장 재편

인텔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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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GPU 등 내부 제조 물량
내년부터 파운드리 수익 집계
年매출 200억달러 사업 전망
삼성·TSMC와 주도권 각축전

인텔이 내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 ‘톱 3’에 오른다. 중앙처리장치(CPU) 등 인텔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주요 제품 제조를 파운드리 수익으로 집계하기로 했다. 그동안 파운드리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인텔이 TSMC와 삼성전자 등 유수 파운드리 기업과 본격적인 각축전을 시작한다.

인텔은 2024년 1분기부터 제조·기술 개발 사업부를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와 합쳐, 독립적인 손익(P&L)을 집계·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내부 파운드리’ 전략을 22일 발표했다. 지금까지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인텔 주력 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제조·기술 개발 사업부 수익은 인텔 전체 매출에 포함됐다.

인텔 제품만 생산하기 때문에 파운드리 영역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2021년 인텔에 복귀하며 발표한 ‘종합반도체기업(IDM) 2.0’ 비전에 따라 파운드리 시장에 참전했지만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인텔의 외부 반도체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IFS 지난해 매출은 8억9500만달러(약 1조15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인텔이 내부 파운드리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면 제조·기술 사업부 수익 대부분이 파운드리 매출로 잡힌다. 인텔은 내년 기준 인텔 자체 물량(내부)만 소화해도 파운드리 매출이 200억달러(약 25조88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단번에 TSMC,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3대 파운드리 기업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인텔 외부 물량(팹리스 고객)까지 합치면 삼성전자를 앞지르고 시장 2위까지 진입도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매출을 따로 공개하지 않지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해 해당 매출을 208억달러(약 26조9100억원)으로 집계한 바 있다.

인텔 내부 파운드리 모델 구조도(오른쪽)
인텔 내부 파운드리 모델 구조도(오른쪽)

파운드리 시장 역시 규모가 대폭 커진다. 인텔의 내부 파운드리 모델은 기존 시장을 두고 업체 간 시장 점유율을 다투는 것이 아니라 인텔 제조·기술사업부 매출이 신규 편입, 전체 파운드리 시장이 확대되는 형태로 변화가 이뤄진다. 파운드리 시장 전체로 보면 기존에 없던 시장 규모(200억달러)가 더 늘어난 셈이다. 향후 인텔이 IFS가 아닌 외부 파운드리(경쟁사)에 해당 물량을 위탁생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인텔이 외부 파운드리 업체에 위탁생산하는 물량은 인텔 전체 제품의 20%에 달한다.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겔싱어 CEO가 복귀한 후 첫번째로 공정·제품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세웠고 문제 없이 실행되고 있다”며 “(다음 단계로) 최고 수준의 비용 구조를 만들려는 노력에 집중하는데 내부 파운드리 모델 기준 정립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