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3D) 구조의 낸드 플래시 'V낸드'는 삼성전자가 낸드 플래시 시장 우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2차원(2D) 평면 구조에서 앞선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했던 삼성전자는 V낸드를 앞세워 20여년간 낸드 시장의 '왕좌'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2년 낸드 플래시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1992년 세계 D램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한지 10년 만이다. 세계 최고 D램 제조업체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메모리 반도체 분야인 낸드 플래시에서도 끊임 없는 기술 개발에 뛰어든 성과라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02년 1기가비트(Gb) 낸드 플래시를 세계 최고 양산했고 2006년에는 40나노 공정으로 개발에도 성공, 업계 최초 32기가비트(Gb) 낸드 플래시를 탄생시킨 바 있다.
V낸드는 삼성전자 낸드 플래시 사업에 날개를 달았다. V낸드 개발 당시 업계에서는 3D 구조의 낸드 플래시가 과연 시장에 통용될까하는 의구심도 없지 않았다. 워낙 2D 구조인 플레이너가 대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낸드 플래시 시장이 성능과 용량을 중심으로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성능 고도화가 필수인데, 3D 구조인 V낸드가 해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시장은 삼성전자가 예측한대로 변했다. 이전까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가 저장장치 시장의 대세였지만 V낸드 탄생 이후 낸드 플래시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재편됐다. 제품 크기가 작고 전력 소모가 적으면서 저장 능력이 높은 메모리인 낸드 플래시 수요가 확대된 것이다. 허성회 삼성전자 플래시 개발 실장(부사장)은 “V낸드가 개발되면 HDD가 플래시 메모리로 전환되는 속도가 2배 빨라질 것이라고 보고 새로운 세상이 열릴 거라고 믿었다”며 “실제 수요 시장 자체는 많이 커지지 않았지만 플래시 메모리 대체 속도는 매우 빨랐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낸드 플래시의 침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노트북이나 PC에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탑재가 늘고 스마트폰도 꾸준히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최근에서는 서버 스토리지 분야에서도 낸드 플래시가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낸드 성장의 핵심 동력은 V낸드와 같은 3D 구조 혁신이라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허 부사장은 “낸드 플래시 시장은 D램과 다르게 여러 기업이 들어와 경쟁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시장 자체는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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