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제조 차별화 행보
칩 집적도 높아 생산성 우수
파운드리·HBM 경쟁력 강화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조에 '팬아웃 패널레벨패키지(FO-PLP)' 적용을 추진한다. AI 반도체 패키징에서 TSMC를 추격할 무기로 FO-PLP를 꺼낸 것으로, 삼성의 반격이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 어드밴스드패키징(AVP) 사업팀은 FO-PLP를 2.5D 패키지에 적용하는 연구개발(R&D)을 시작했다.
2.5D 패키지란 시스템온칩(SoC)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실리콘 인터포저에 집적, 하나의 칩셋으로 만드는 것이다.
2.5D 패키지는 최근 AI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공정이다. 전 세계 공급이 부족한 엔비디아 AI 반도체가 이 2.5D 패키지(엔비디아 GPU와 HBM 결합)로 만들어진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CoWos(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로 불리는 2.5D 패키지 기술로 엔비디아 AI 반도체를 독점 생산하고 있다.
삼성은 TSMC와의 차별화와 경쟁 우위를 위해 FO-PLP를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둥근 웨이퍼에서 패키징을 해 모서리 부분에서 손실이 생길 수 있다.
반면에 삼성의 FO-PLP는 사각형 기판(패널)에서 패키징을 하는 것이 특징으로, 패키징할 수 있는 칩 수가 많아 생산성이 더 우수하다는 평가다. 단, PLP는 원형 웨이퍼상의 칩을 사각형 패널에 올려야 하기 때문에 공정이 까다롭다.
삼성은 그동안 쌓아온 FO-PLP로 역전의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2019년 삼성전기로부터 FO-PLP 사업을 인수한 후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상용화하고 전력반도체(PMIC)에도 적용한 FO-PLP를 AI 반도체로 확장해 기회를 잡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2.5D 패키지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으로 FO-PLP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국제학술대회에서 FO-PLP 관련 논문을 잇따라 발표하는 것으로 보아 R&D에 상당한 진척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FO-PLP 적용에 성공하면 파운드리는 물론 메모리 사업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AMD 등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곳에 반도체를 생산해주는 파운드리와 HBM, 그리고 패키징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턴키' 사업을 제안하며 고객사를 유치 중인 데, 패키징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파운드리와 HBM 사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2.5D 패키징 때문에 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TSMC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따라잡기 위해 삼성전자가 패키징 기술 투자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