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협력 생태계' 구축을 강조했다. 신뢰성 확보와 효율적 운용 등 AI 시대 산업계의 당면 과제가 적지 않다면서 주체 간 협력이 필수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핵심 부품을 앞세워 AI 생태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대표는 7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 AI 포럼'에서 “최근 생성형 AI가 수십억명의 사람들을 사로 잡고 세상을 재편했다”며 “그러나 안전성, 신뢰성, 지속 가능성이라는 도전 과제가 함께하고 있다”고 화두를 던졌다.
AI가 직면한 문제는 요수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와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가 기조연설을 통해 구체화했다.
AI 분야 세계적 석학인 벤지오 교수는 'AI 환각(hallucination)' 문제를 짚었다. AI 환각은 주어진 데이터나 맥락에 근거하지 않은 허위 정보를 생성하는 것을 뜻한다. AI 연구자들의 개발 의도와 달리 AI 안전성을 해치는 대표 사례다. 벤지오 교수는 훈련을 통해 올바른 대답 확률을 높이는 안전한 AI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중앙처리장치(CPU)계 거장으로 불리는 켈러 CEO는 AI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개방형 생태계'를 지목했다. '자신만의 실리콘을 소유하라'를 주제로 기조 강연한 켈러 CEO는 “AI의 모든 구성 요소를 개방해 혁신할 수 있다”며 생태계 확장을 강조했다.
켈러 CEO가 언급한 개방형 생태계 핵심은 '오픈소스'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오픈소스는 지난 수십년간 소프트웨어 개발의 동력이었다고 부연한 그는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도 이같은 오픈소스가 활용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AI 반도체는 설계가 복잡해 개발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오픈소스를 통해 이같은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켈러 CEO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오픈소스이자 반도체 업계 '리눅스'라 불리는 'RISC-V'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켈러 CEO가 몸담고 있는 텐스토렌트는 RISC-V 기반으로 AI와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칩렛 기반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통해 제품을 제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오픈소스 기반 생태계 확장이 기대되는 배경이다.
경 사장은 “(AI가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와 협력을 통해 AI와 반도체가 주도하는 더 밝은 미래를 만들겠다”며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HBM 칩을 포함한 AI 컴퓨팅 시스템의 핵심 부품을 통해 AI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SAIT(옛 종합기술원)는 이날 AI 분야 글로벌 우수 신진 연구자를 발굴하는 '삼성 AI 연구자상'과 국내 AI 인력 육성을 위해 진행한 '삼성 AI·CE 챌린지' 수상자도 발표했다. 삼성 AI 연구자상에는 제이슨 리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등 5명이 선정됐다. 1481명(410개 팀)의 학생들이 참여한 '삼성 AI·CE 챌린지'에서는 총 16개 팀이 수상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 SAIT는 △우수 논문 포스터 발표 △AI·CE 분야 연구 과제 전시△연구자 간 네트워킹 행사 등 AI 분야 연구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