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2023년 4분기 잠정실적을 분석한 결과 D램 실적은 회복했지만 스마트폰·서버 등 고객사 수요 부진으로 시스템반도체, 낸드플래시, 파운드리 사업이 주춤했다.
하지만 3분기 대비 4분기 적자폭을 줄였고 3분기 연속 이익이 회복됨에 따라 올해 상반기 반도체 사업 흑자전환 기대감이 커졌다.
증권가는 올해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이 30조원대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AI)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고 가격이 상승해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상반기 중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MX, CE, SDC 등 전 부문이 고르게 흑자를 달성하는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은 2022년 1분기 8조 5000억원, 2분기 10조원 수준에서 3분기 5조 1000억원, 4분기 3000억원으로 하락했다. 2023년에는 3분기까지 누적 12조7000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D램은 소폭 흑자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D램은 가격 상승과 더불어 AI 서버 투자 등과 맞물려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LPDDR5x 등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증가하며 실적을 개선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에 시스템반도체(LSI)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주요 응용처의 수요 회복이 더뎌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침체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수요가 부진하면서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등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낸드플래시는 주요 응용처인 클라우드 서버 수요가 감소하면서 실적 회복이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 플래그십 모델 판매가 주춤하며 전분기 대비 매출과 이익이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MX·네트워크 부문 매출은 약 27조~30조원, 영업이익은 2조5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직전 3분기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3조3000억원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악화됐다.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플래그십 판매량이 주춤했다. 갤럭시S23FE 출시에도 불구하고 주요 폴더블폰 출하량이 100만대 가량 감소했다. 지난 해 하반기 내놓은 플래그십 갤럭시Z플립·폴드5 판매량 역시 전작 대비 줄며 지난해 연간 삼성전자 폴더블폰 판매량은 900만대에 그칠 전망이다. 여기에 메모리반도체 가격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이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다.
반면, 2023년 연간 실적은 전년 대비 상당폭 개선됐다. 매출은 2022년 120조8000억원대에서 2023년 110조원대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1조4000억원에서 12조원대 후반으로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7일 공개하는 갤럭시S24 시리즈를 앞세워 실적 반등을 꾀한다. 평소보다 보름 가량 조기 출시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구매 수요를 선점한다는 계산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S24 시리즈 생산계획을 약 3500만대로 잡았다. 전작 대비 약 13% 늘어난 공격적 목표치다. 연간 플래그십 출하량 두 자릿수 성장과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는 매출 증가를 달성해 실적 버팀목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디바이스경험(DX) 사업부 내 VD(TV)·CE(생활가전)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4000억원에서 4분기 적자 전환했거나 소폭 이익에 그쳤다. 연간 이익은 2022년 1조4000억원 대비 소폭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프리미엄 TV 수요 둔화 영향으로 4분기 악영향을 받은 모습이다. 생활가전 사업도 4분기 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