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 반도체 패키징 공장(팹) 건설을 공식화했다. SK하이닉스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기지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로직)까지 아우르는 핵심으로 성장시킬지 주목된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의 전략적 제휴에도 이목이 쏠린다.
◇ 5.2조원 투자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 건설”
SK하이닉스는 3일(현지시간) 5조2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 기지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2028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로,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 1위다. 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AI 시장 확대로 HBM 등 초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어드밴스드 패키징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첨단 패키징 공장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엔비디아, 인텔, AMD 등 AI 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미국에 몰려 있고,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제조 부활 전략에 따라 인텔에 이어 TSMC까지 미국에 공장을 대규모로 건설하고 있는 만큼 현지 수요 공략을 위해 미국 팹 건설을 택했다.
◇ '비욘드(Beyond) 메모리' 거점 주목
SK하이닉스는 HBM 패키징을 강조했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그 이후를 주목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패키징을 중장기 성장 전략으로 삼고 있는 만큼 미국 팹을 전초기지로 삼을 것이란 관측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미국 팹을 앞세워 기존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패키징까지 사업을 확장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고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시스템 패키징을 위한 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으로 이르면 하반기 담당 조직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I 칩 등에 공급되는 HBM만 패키징 해왔다. 이를 엔비디아 AI 반도체(CPU+GPU)와 결합해 최종 제품을 만드는 것은 TSMC다. SK하이닉스가 시스템 패키징에 뛰어들면 이같은 역할의 일부를 분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패키징 수요가 늘면서 TSMC에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TSMC는 라이선스 형태로 글로벌 OSAT 업체에 패키징 외주를 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인데, SK하이닉스가 이를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TSMC와의 강력한 라이선스를 체결하는 등 전략적 제휴가 필요한 만큼 양사 간 협업 행보도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기술 준비에 돌입했다. 기존 메모리 사업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있다고 판단, 시스템 패키징을 향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이종집적(HI)' 기술이 대표적으로, 다양한 성능을 가진 반도체 칩(다이)를 연결, 공정 미세화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회사는 주로 2.5D 팬아웃 패키징과 3D 하이브리드 본딩을 중심으로 시스템 패키징 수요에 대응할 기반을 닦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