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휴대폰 지원금 혐의에 대해 각 사에 심사보고서를 보내 의견 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통신사는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지도를 따랐는데 공정위가 제재하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통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등 통신 관계부처와도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통신 3사 등을 상대로 심사보고서를 발송하며, 5월까지 의견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정위 심사보고서 핵심은 △번호이동 순증·순감에 따른 판매장려금 조정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의 번호이동 상황반 운영이 담합에 해당한다고 봤다. 공정위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7년간 위법행위가 발생했다고 봤으며, 구체적인 과징금액은 적시하지 않았다. 담합 기간에 발생한 관련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근거해 과징금은 최대 수천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통신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통신사들은 기본적으로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근거해 방통위의 지원금 규제 정책을 준수했는데 공정위가 제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통신사가 번호 이동 현황을 실시간 공유하며, 번호이동 실적이 높으면 판매장려금을 낮추는 등 방식으로 담합했다고 봤다. 30만원으로 설정한 판매장려금 상한선도 담합 요소라고 봤다.
이에 대해 통신사들은 번호이동 현황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전산망을 통해 확인 가능한 공개 데이터로, 경쟁을 위해 참고했을 뿐 담합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공개된 데이터로 가입자가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했을 때 지원금을 확대해 가입자를 추가 유치하려한 과정은 '경쟁'에 해당하지 담합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통신사는 판매장려금 30만원 상한선을 유지한 것도 방통위가 행정지도로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KAIT 상황반 운영과 벌점제 등을 운영한 것 관련, 방통위가 이용자 차별을 예방하기 위해 통신 3사와 KAIT에 지시해 운영한 것으로, 번호이동 상황을 공유했을 뿐 장려금 정보를 공유하거나 합의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결론적으로, 통신사는 이 같은 행위들이 단통법을 준수하고 방통위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는 과정이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공정위는 방통위의 행정지도를 넘어선 자율적 담합행위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와 통신사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정위 의견서 접수 이후 추가적인 법률 검토, 준비 작업 등을 거치면 심결은 하반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업계는 방통위 역할론도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사안과 관련,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은 담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공정위에 관련 의견도 전달했다. 그럼에도 공정위가 지난 16일 담합이라는 결론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하면서 방통위 내부에도 적지 않게 당황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심사보고서 발송 전 관계부처에 의견 검토를 요청하는 법적 절차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공정위 심결 과정에서 방통위 집행관련 사항이 있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필요할 경우 대응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