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팀 신설을 골자로 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흩어졌던 HBM 관련 기술 개발 및 첨단 패키징 역량을 한 데 모은 것이 특징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이날 'HBM 개발팀'을 신설했다. 신임 HBM 개발팀장은 고성능 D램 제품 설계 전문가인 손영수 부사장이 맡는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HBM3·HBM3E·HBM4 등 제품 별로 개발 담당을 따로 뒀는데, 이를 하나의 팀으로 통합했다.
삼성은 여기에 HBM 관련 패키징 기술 개발 인력도 신설 팀에 포함시켰다. 기존에는 첨단 패키징(AVP) 사업팀에서 맡았던 역할을 HBM 개발팀으로 넘긴 것이다. AVP사업팀은 삼성전자 내 첨단 패키징을 모두 담당했던 조직이다. HBM 개발팀은 메모리사업부 산하로 운영된다.
이번 조직 개편은 삼성전자 HBM 기술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견줘 HBM 시장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에도 아직 HBM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 기술 경쟁력을 복원하기 위해 메모리 개발부터 패키징까지 HBM 관련 조직을 한 데 묶어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신설 HBM 개발팀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핵심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수율 안정화 및 차별화 기술 개발이라는 과제를 풀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첨단 패키징 사업에도 변화를 줬다. 첨단 패키징은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리는 새로운 방법론으로 급부상, 업체 간 차세대 기술 개발 경쟁이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AVP사업팀을 'AVP개발팀'으로 변경, 기술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기존 AVP사업팀에서 영업·마케팅 등 사업 관련 업무는 각 사업부 쪽으로 재배치한만큼 미래 첨단 패키징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설비기술연구소 조직 개편도 단행, 반도체 공정과 설비 기술 지원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반도체 공정 효율성을 높이고 양산 설비에 대한 기술 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조직 개편은 전 부회장의 DS부문장 취임 이후 한달여만에 나온 것으로, 반도체 초격차를 확대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 부회장은 앞서 취임사에서 “반도체 사업이 과거와 비교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며 “새로운 각오로 상황을 더욱 냉철하게 분석해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반드시 찾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