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파운드리에서 반도체 설계 기업(팹리스) 지원을 강화한다. 컴퓨팅(HPC) 및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 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골자로, 국내 팹리스 생태계 선봉장 역할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9일 서울 코엑스에서 파운드리 포럼을 개최하고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횟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MPW는 하나의 웨이퍼를 여러 시제품을 생산하는 서비스로, 팹리스의 신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핵심 요소로 손꼽힌다. 삼성 파운드리의 올해 MPW 횟수는 32회인데 내년에는 35회로 늘린다.
4나노미터(㎚) 공정부터 전력반도체를 생산하는 BCD(Bipolar-CMOS-DMOS) 130㎚ 공정까지 12여개 공정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HPC·AI 분야에서 수요가 많은 4㎚ MPW 연간 일정을 내년에 1회 더 추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자산(IP) 파트너와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IP 파트너는 2017년 삼성 파운드리 출범 당시 14개사에서 50개사로 3.6배 증가했고 보유한 IP는 약 5300개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시높시스·케이던스 등 글로벌 IP 파트너와 협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2㎚ 반도체 설계를 위한 IP도 추가 확보한다. 회사는 설계자동화툴(EDA) 파트너수 역시 23개로 경쟁사인 TSMC를 앞섰다고 강조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삼성전자는 국내 팹리스 고객들과 협력을 위해 선단 공정 외에도 다양한 스페셜티 공정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며 “AI 전력효율을 높이는 BCD 공정, 디바이스의 정확도를 높이는 고감도 센서 기술 등을 융합해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AI 솔루션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메모리, 테스트·패키지를 일괄 서비스할 수 있는 역량을 앞세워 파운드리 고객을 확보하기로 했다. 일종의 원스톱 서비스 전략이다. 파운드리 사업만하는 TSMC나 메모리 사업만하는 SK하이닉스 및 마이크론과 차별화되는 요소다.
삼성은 이같은 원스톱 서비스로 최근 수주한 사례도 소개했다. 가온칩스와 함께 따낸 일본 프리퍼드 네트웍스(PFN)의 AI 반도체다. 2㎚ 파운드리 공정 뿐 아니라 2.5D 첨단 패키지를 일괄 제공, 양산할 계획이다.
최시영 사장은 “각 솔루션을 완전히 통합해 제공할 수 기업은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 단 한 곳뿐”이라며 “AI·HPC 분야에 필요한 성능을 보장할뿐 아니라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도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 파운드리를 사용하는 팹리스 업체 리벨리온, 텔레칩스, 어보브반도체도 협력 성과와 계획을 발표했다. 리벨리온은 삼성 파운드리 5나노미터(㎚)에 이어 4나노 공정으로 차세대 AI 가속기 '리벨'을 개발하고 있다. 텔리칩스는 삼성 파운드리 8나노미터(㎚) 기반의 시스템온칩(SoC) '돌핀 5' 양산을 앞두고 있고 5㎚ 제품 '돌핀 7'를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어보브반도체는 28㎚ 공정 기반으로 가전 제품과 전장용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DSP, IP, EDA, 테스트·패키징(OSAT) 분야 총 35개 파트너사가 부스를 마련해 삼성 파운드리 고객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미국, 한국에 이어 올해 하반기 일본, 유럽에서도 파운드리 포럼과 세이프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