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창신메모리, HBM 자립 속도전…'5만장 이상 양산능력 구축'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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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 확보에 공격적 투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HBM 자립을 넘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태세다.

5일 취재를 종합하면 CXMT는 허페이 HBM 제조공장(팹)에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5만장 규모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는 이를 위해 대규모 장비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일부 장비는 반입이 결정됐다.

이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CXMT가 베이징과 허페이에 공장이 있지만 허페이에 HBM 설비를 집중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허페이가) HBM 대량 생산을 위한 전초 기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CXMT는 AI 시대 필수 메모리로 부상한 HBM을 자체 생산하기 위해 현 D램 공장(팹)이 있는 베이징과 허페이에 HBM 라인을 구축하는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본지 2024년 7월 29일자 1면 참조〉

구체적인 생산능력이 드러난 건 처음이다. CXMT는 베이징에서 기술개발이나 양산능력을 검증하고 허페이 팹을 통해 HBM 공급을 주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026년 본격적인 가동이 예상된다.

CXMT의 전체 HBM 생산능력은 베이징 팹 포함, 12인치 웨이퍼 투입 기준 월 5만장을 상회할 전망이다. 증권가 등 업계 추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생산능력은 올 연말 기준 월 15만장이다. CXMT의 5만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HBM 수요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증하기 시작했고, CXMT가 이제 처음 HBM 양산에 도전하는 점에 비춰보면 규모가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현재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생산능력이 월 2만장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공세적이고 파격적이다.

최근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견제 수위를 높이기 위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시스템 반도체 뿐 아니라 고성능 메모리인 HBM의 대중국 수출도 통제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이 HBM 육성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가속기라고도 불리는 AI 반도체 구조. 고속 데이터 처리를 위해 GPU와 HBM을 인터포저로 연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료: SK하이닉스)
가속기라고도 불리는 AI 반도체 구조. 고속 데이터 처리를 위해 GPU와 HBM을 인터포저로 연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료: SK하이닉스)

CXMT의 이같은 공세 배경에는 중국 정부 지원도 깔려 있다. CXMT의 모회사인 창신과기는 지난 3월 108억위안(약 2조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는 중국 팹리스 자오예촹신 외 안후이성 허페이산업투자, 중국건설은행투자, 공상은행금융자산투자 등 다수의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것으로 전혀졌다. 또 중국 정부가 지난 5월에 마련한 반도체 기금 3440억위안(약 64조원) 중 상당 부분이 자국 HBM 투자에 활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HBM 규제가 현실화한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 기업을 통한 HBM 공급 체계로 전환할 수 밖에 없는 가운데 중국 최대 D램 업체인 CXMT가 이같은 HBM 자급 전략의 선봉장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장 한국이나 미국의 HBM 기술과는 격차가 있어 직접적인 경쟁은 어렵지만, 중국도 점진적으로 기술력을 키워 나갈 것”이라며 “중국이 HBM 자급 체계를 구축한다면 기존에 HBM을 중국에 공급한 한국의 점유율을 뺏길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