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이 차세대 메모리 모듈을 양산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LPCAMM'과 'MRDIMM'이 주인공으로, 양산 투자를 시작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중국 시안 공장에서 LPCAMM과 MRDIMM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양산에 필요한 모듈 패키징과 검사 장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마이크론은 동시에 말레이시아 공장에도 LPCAMM과 MRDIMM 생산라인을 꾸릴 계획으로, 하반기 중 장비를 발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모두 LPCAMM과 MRDIMM을 양산한다는 건 생산 물량이 대폭 증가할 것이란 방증”이라며 “인도에 구축 중인 패키징 팹에서도 해당 제품 양산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이 LPCAMM과 MRDIMM에 대한 양산 체계를 갖추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인 생산능력(CAPA)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시안과 말레이시아는 이 회사의 핵심 패키징 공장이 있는 곳이어서 상당 수준의 설비 투자가 관측된다.
LPCAMM과 MRDIMM은 모두 새로운 D램 메모리 모듈 규격이다.
LPCAMM은 여러 개의 저전력 D램과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을 묶어 하나의 모듈로 만든 것으로, 기존 방식 대비 면적을 줄이고 성능과 전력 효율은 크게 키울 수 있어 차세대 노트북용 메모리 모듈로 주목받고 있다.
MRDIMM은 서버용 D램 모듈의 대역폭을 두 배 이상 늘린 차세대 규격이다.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차세대 서버 시장을 주도할 제품으로 손꼽힌다.
마이크론이 이들 제품 양산에 집중 투자하는 건 AI 시장을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LPCAMM은 온디바이스 AI 노트북에, MRDIMM은 AI 서버에 최적화된 메모리 모듈로 각광받고 있다. 급성장이 예상되는 AI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물량전'을 전개하려는 준비로 해석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엔비디아에 공급하면서 메모리 시장 판도를 뒤흔든 마이크론이 차세대 메모리 모듈에서도 판을 흔들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한판승부가 예상된다. 삼성과 하이닉스 모두 LPCAMM과 MRDIMM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LPCAMM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개발, 올해 상용화가 목표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세계에서 가장 빠른 MRDIMM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SK하이닉스의 구체적 양산 시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HBM에 이어 차세대 메모리 모듈 규격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맹추격하기 시작했다”며 “마이크론의 공격적 행보는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메모리 시장에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