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전력 D램 적층기술 상용화 경쟁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적용 관심
AP설계 수요 중심 시장 변화 전망
'모바일 HBM'이 반도체 업계에 화두로 떠올랐다.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인공지능(AI)을 지원하는 '온디바이스 AI' 구현을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스마트폰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일고 있다. 특히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가 차세대 전략 제품에 처음 모바일 HBM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물밑 경쟁이 시작됐다.
2일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온디바이스 AI 구현을 위해 저전력 D램 적층 기술을 개발 중이다. 2026년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일명 '모바일 HBM'이라고 불리는 이 메모리는 현재 서버에 들어가는 HBM처럼 D램을 쌓는 것이 특징이다. 전력 효율이 높은, 즉 저전력이 장점인 LPDDR D램을 적층 및 연결해서 메모리의 대역폭을 끌어 올리는 개념이다. 일반 D램을 8단이나 12단 등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량을 높인 HBM과 같다.
HBM은 D램에 미세 구멍을 뚫어 상층과 하층을 전극으로 연결한다. 모바일 HBM은 적층 개념은 같지만 계단 형태로 쌓은 후 기판과 수직 와이어로 연결하는 방식이 추진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VCS', SK하이닉스는 'VFO'라는 이름으로 기술을 개발 중이다. 모두 입출력 단자를 늘려 대역폭을 키우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안에 밀접한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기기에 HBM과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차세대 D램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개발 중”이라며 “AI 가속기 확산에 따라 급성장한 HBM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노트북까지 확대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AI 연산을 담당하는 프로세서와 어떻게 연결할지는 미정이나 HBM처럼 그래픽처리장치(GPU) 옆에 배치하는 방안과 AI 칩 위에 쌓는 방식이 논의 중이다.
모바일 HBM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스마트폰이 이제 AI 기기로 발전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모바일 HBM 개발에는 전 세계 IT 시장에 영향력 높은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이 회사는 뒤처진 AI 기술 경쟁력을 뒤집기 위해 모바일 HBM 적용을 검토 중이며, 이를 위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도 새롭게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패키징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제조사나 AP 개발사가 AI 프로세서를 어떻게 설계 및 배치하느냐에 따라 AI용 모바일 D램 배치 및 연결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며 “삼성과 SK 모두 AP 위에 메모리를 쌓아올리려는 만큼 수직 적층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모바일 HBM이 스마트폰 제조사나 스마트폰용 AP 개발사에 맞춤형으로 공급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특정 규격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뀐다는 얘기다. 지난해 SK하이닉스가 애플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에 맞춤형 저전력 D램을 공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D램도 온디바이스 AI 시장에서는 '수주형' 사업으로 바뀔 것”이라면서 “이 경우 기존 모바일 D램의 수요·공급 시장 판도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고 전망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