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지원금 담합 의혹 사건과 관련한 이동통신사의 공정거래위원회 의견제출 기한이 9월말로 또다시 연장됐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통사와 공정위 모두 신중한 기류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이통사는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준수한 행위라는 입장을 지속 피력하고 있으나,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내부 혼란이 지속되면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최근 단말기가격 담합 의혹사건 조사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 제출기한 연장을 신청해 수용됐다.
이번 의견서 기한제출 연장은 세번째다. 이통사는 지난 5월초, 7월말에도 의견제출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신청해 공정위가 수용한 바 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4월 이통사에 발송한 심사보고서에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LTE·5G 번호이동으로 인해 발생한 28조원을 담합 관련매출로 제시했다.
공정위는 이통사가 자료를 충분하게 검토해 의견서를 제출하기까지 기다리는 모양새다. 사건 규모가 방대하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공정위와 이통사 모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10월초부터 국감이 시작된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9월말 의견서 접수를 마감할 경우, 3~4개월 정도 심의 기간을 거쳐 법원 1심에 해당하는 심결을 진행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다만, 이통사와 공정위 양측 모두 신중한 기류가 지속되는 만큼, 의견서 제출이 국감 이후에도 몇차례 더 연장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공정위 규칙에 따르면 의견서 제출 이유를 소명할 경우, 횟수 제한은 없다.
이통사는 공정위가 문제삼은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과 번호이동 상황반 운영이 단통법을 준수한 행위라고 주장한다. 단통법 주무부처인 방통위 역시 국회 제출 답변을 통해 장려금 가이드라인은 공정하고 투명한 이통시장 환경 조성과 이용자 차별행위를 방지·근절하기 위한 법 집행행위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통사는 단통법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보다 명확하게 입장을 정리하고 공정위와도 소통해주길 바라는 속내다. 지난해 공정위가 심결한 해운담합 사건의 경우, 해양수산부가 해운사들의 담합이 아니라는 의견을 적극 피력했다. 2심 법원은 한 해운사가 제기한 소송 판결에서 해운사 항로·운임 조정에 대한 1차적인 규제권한은 해수부에 있다고 판시하며 해운사 손을 들어줬다.
다만, 방통위 혼선이 지속되는데 대해 이통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는 위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 김태규 부위원장 1인 체제로 운영중이다. 이번 사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방통위 시장조사심의관(국장급)은 최근 인사로 공백 상태다.
이통사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김태규 방통위원장 권한 대행이 통신 3사도 만나겠다고 한 발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조직이 하루빨리 정상화되고 방통위 규제권한이 달린 이번 사안에 대해 적극 대응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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