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2000년대 이후 극심한 D램 업계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으면서 탄탄한 체력을 길렀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30여년의 노하우와 축적된 기술력으로 D램 시장 재편을 주도했다. 또 이 같은 시장 지배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치열한 경쟁과 함께 미세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기술 장벽이 높아지면서 업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1995년 당시 20개에 달하던 D램 업체들은 2011년 11개 업체로 줄어든데 이어 2008년에는 5개 진영으로 정리됐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엘피다, 키몬다, 마이크론이 그들이다.
하지만 2008년부터 다시 본격화된 치킨 게임을 거치며 독일의 키몬다가 2009년 1월 시장에서 퇴출됐다. 또 올 2월에는 일본의 엘피다마저 파산보호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올해 7월 미국 마이크론이 엘피다 인수를 공식 발표하며, 메모리 업계는 기술력을 갖춘 세개의 대형 업체 중심으로 재편됐다.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하며 SK하이닉스를 위협할 세력으로 급부상했지만, 국내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은 아직 탄탄하다는 분석이다.
올 2분기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친 시장 점유율은 64%에 달했다. 또 향후 D램 시장을 좌우할 모바일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더욱 강해졌다. 모바일 D램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77%를 넘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경쟁사보다 1~2세대 앞서 미세공정을 도입하고 기술 격차를 유지하며 입지를 견고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속되는 가격 하락으로 미국, 일본 등의 경쟁업체들이 적자를 기록하며 허덕이는 가운데에서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수 있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20년 가까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배경은 앞선 제품 개발뿐 아니라 이를 상용화로 연결하는 양산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라며 “과감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양산 투자가 지속되고 있어 이 같은 경쟁력 우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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