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백만달러)
# D램과 낸드플래시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20여년 간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시장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올초 일본 엘피다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야기된 D램 업계 재편 과정에서도 흔들림 없는 위상을 과시했다. 지난 2분기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9.4%, SK하이닉스는 24.5%의 점유율을 각각 기록했다. 두 회사를 합친 세계 시장 점유율은 무려 64%에 달한다. 분기별 D램 시장이 2년여만에 상승 반전한 가운데 의미 있는 성과라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성장세 둔화와 미세공정 한계 극복, 수익성 하락 등 해결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은 과제를 극복해야만 국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유지하고 지속 성장 가능한 토대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메모리, 저성장 늪에 빠지나=지난 2010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680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586억달러로 전년보다 10% 이상 줄어들었다. 유럽발 재정 위기로 촉발된 수요 부진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올해는 600억달러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성장률(CAGR)은 5.7%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이 같은 저성장 기조는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힘들고, 현재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 능력이 수요를 상회하기 때문이다. 손종현 IHS코리아 사장은 “내년 전체 반도체 시장은 올해보다 9.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기 회복기에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는 기존 패턴보다는 상당히 줄어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해 앞으로 수년간 전체 반도체 시장은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장 정체에 대응하고 새로운 시장 수요를 만드는 것이 업계 선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미세공정 탈출구를 찾아라=메모리 반도체는 미세패턴 형성을 통해 용량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꾸준히 발전해 왔다. 이 과정에서 기술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구도도 재편됐다. 지난 1990년대 중반 20여개에 달하던 D램 업체는 2000년대 중반 5개 진영으로 재편된 후, 이제는 `빅3(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만 남았다.
이제 선두권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또 스마트폰의 등장 등 IT 환경 변화에 따라 데이터 신뢰성과 지속성, 빠른 반응 속도, 저전력 및 소형화 특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 같은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미세 공정의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김형수 SK하이닉스 상무(연구소 기술기획팀장)는 “20나노급 이하 미세회로 형성을 위해 극자외선(EUV) 노광기가 유일한 해결책으로 여겨지지만, 공정 안전성과 생산성을 확보하기까지는 1~2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더블 패터닝, TSV(실리콘관통전극) 등 대안 기술을 통한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업체들은 미세공정 전환 과정에서 해외 경쟁사들보다 최대 3분기 이상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시장 주력인 30나노 및 20나노급 미세공정을 1년 가까이 앞서 도입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매년 최고 난이도의 제품을 적기에 개발하는 것은 물론 수율과 원가 경쟁력도 확보했다. 향후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20나노급 이하 D램, 15나노급 이하 낸드플래시 양산 기술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노광기 업체인 ASML에 1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EUV 기술 확보에 나선 것은 이 같은 기술 선점 전략의 일환이다. SK하이닉스도 EUV 연구개발 및 양산 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 상무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 3D 메모리, 3D 패키지 등 다양한 미래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STT-M램, PC램, Re램 등 차세대 제품도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면서 “자동차와 스마트홈 등 연관 애플리케이션 및 산업과의 융합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익성 확보 지상과제=메모리 반도체 가격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D램 업계는 극한의 수익성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기술이 복잡해지는 것에 상응해 설비 투자비가 증가하고 공정 개발 및 수율 확보 지연 등에 따른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30%에 달하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률을 감당하기 힘든 환경이 다가왔다. 다행스러운 대목은 국내 기업들의 대응력이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0나노급 D램의 수율 개선 속도는 30나노급에서 달성했던 실적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능뿐 아니라 생산성을 최우선으로 삼은 개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또 향후 기술 전환 과정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권오철 SK하이닉스 사장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신뢰성 있는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숙명이 되고 있다”며 “표준화된 메모리에서 벗어나 솔루션을 제공하고 맞춤형 제품을 선도적으로 선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으로 주목받는 S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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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아이서플라이)
메모리 반도체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SSD(Solid State Drive)`가 본격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를 주 저장매체로 사용하는 SSD는 데스크톱PC, 노트북PC, 서버 등 기존 대표 IT 시스템의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대체할 제품으로 시선을 끌었다.
SSD는 HDD보다 작고 가벼운 것은 물론 처리속도가 빠르고 전력소비가 낮아 낸드플래시 시장의 신규 수요를 개척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상용화한 이후 HDD 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탓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를 기점으로 가격을 대폭 낮춘 신제품이 대거 출시되면서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SSD 출하량은 올해 5000만대 수준에서 내년에는 1억대를 넘어서며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오는 2016년께면 2억4000만대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가격대를 대폭 낮추고 성능은 높인 일반 소비자 대상 SSD 제품군을 선보였다. 사용자들에게 SSD의 앞선 성능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을 펼쳐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 6월 일반 소비자 대상 SSD(모델명:SH910)를 처음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특히 이 회사는 낸드플래시 및 SSD 경쟁력 향상을 위해 미국 컨트롤러 업체인 LAMD사를 인수하며 기술 확보에도 적극 나섰다.
이 같은 행보는 기업간(B2B) 거래 위주의 부품 사업이라는 한계를 가진 반도체 업체가 직접 소비자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신시장을 개척하는 행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SSD에서 길을 찾다
소병세 삼성전자 전무(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팀장)
삼성전자는 최근 새로운 SSD 모델을 출시했다. 소매 시장을 겨냥한 SSD로는 2011년 초 발매한 470, 830시리즈에 이은 세번째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 세계 최초로 SSD 제품을 상용화한 이후 꾸준히 신제품을 발표하며 SSD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해 왔다.
이번에 발표한 `840 프로` 제품은 임의읽기 속도가 10만 IOPS에 이른다. 1초에 메모리 반도체에 흩어져 있는 10만개의 정보를 읽어 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초기 제품과 비교하면 성능은 3배 이상 향상됐고 대기전력은 4분의 1로 줄었다. 신제품을 가장 먼저 구매해 성능을 평가하는 얼리어답터들은 SSD를 `신세계`라 부르며 열렬히 환영했다.
SSD 중에서도 삼성전자의 제품은 탁월하다. 노트북PC를 제조하는 한 업체는 삼성의 SSD와 다른 업체의 SSD를 섞어 노트북을 생산하다 홍역을 치렀다. 노트북PC 구매자들이 삼성SSD가 들어있지 않은 제품은 반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SSD 프로모션에도 적극적이다. `SSD 엔젤스(Angels) 프로모션`은 길에서 만난 일반인들에게 노트북의 HDD를 SSD로 바꿔 주는 내용이다. SSD로 교체된 노트북을 받아 든 시민들은 빠른 부팅속도와 성능에 탄성을 지른다.
이같은 SSD 관련 마케팅 활동에는 메모리 사업 전략의 중대한 변화가 함축돼 있다. 바로 `솔루션 비지니스`로의 급속한 전이다. 이전의 메모리 사업은 가격을 낮추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솔루션은 다르다. 제품이 제공하는 종합적인 가치로 평가받는다. SSD의 기초는 플래시 메모리지만 메모리가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컨트롤러, 시스템과 연동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함께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SSD 솔루션은 이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수준에 도달해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솔루션을 더욱 가치있게 하는 것은 이러한 제품들이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그린(Green) 메모리와 SSD는 사용자에게 이익을 제공하면서 궁극적으로 지구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도록 설계돼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Smarter(고성능&대용량) & Greener(저전력)` 제품을 계속 만들어 낼 것이다. 이런 실천들이 제품의 생산과 소비에 관여하는 모든 참여자들의 가치를 높이고 성장시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특별취재팀=양종석차장(팀장) jsyang@etnews.com 윤건일·문보경·이형수·정미나·윤희석기자